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성공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의 큰 그림이 그려졌다. 합병 삼성물산은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한 사업형 지주회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효과를 얻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역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간접지배력을 높여 그룹 경영권을 강화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남은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공식승계와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과의 역할 분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 등이 주된 관심사다.
◇ 삼성SDS 지분 어떻게 활용할까
삼성SDS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중 가장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합병 삼성물산 지분 16.5%,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중이다. 합병 삼성물산 지분은 그룹 지배를 위해 필수적인 반면 삼성SDS 지분은 모두 처분한다고 해도 경영권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삼성SDS 지분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삼성SDS와 합병계획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놨지만 삼성전자와의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제기된다.
삼성전자와의 합병이 이뤄지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합병한다고 해도 양사간 격차가 큰 만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다. 또 삼성SDS 기업가치를 높일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삼성전자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성SDS와 삼성SDI 합병을 통해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삼성SDI는 삼성물산(7.4%) 제일모직(3.7%) 삼성엔지어니링(13.1%) 삼성정밀화학(14.7%) 에스원(11.0%) 등의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은 최근 삼성SDS와 삼성SDI의 합병이 추진되고, 이후 삼성전자와 추가적인 합병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38%, 삼성생명 지분 20.76%을 승계하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삼성SDS의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2조원을 넘는다. 이 지분을 이용해 수조원대로 예상되는 상속세를 충당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0.06%, 0.07%를 매입하며 보험사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당국 승인도 받아둔 상태다.
◇ 3세 계열분리, 당분간 없다
합병 삼성물산 출범이 예정됨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공식 경영권 승계도 시점만 남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미 이건희 회장이 맡아왔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물려받았고, 최근 메르스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등 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 다른 3세들과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건설 등을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리조트 등 서비스, 이서현 사장이 패션, 광고 등의 영역을 맡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다가오면서 과거 신세계, CJ 등의 사례처럼 계열분리 가능성에도 주목해 왔다. 하지만 당장 삼성가 3세들의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들이 많다. 아직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중인 만큼 당분간은 현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검토하거나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각 영역에서 맡은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계열분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 경우 이부진 사장이나 이서현 사장 모두 현재 가지고 있는 합병 삼성물산 지분이나 삼성SDS 지분이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합병 삼성물산의 경우 리조트나 패션 등을 분할해 지분교환 등의 과정을 거치면 계열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계열분리에 필요한 계열사 지분을 얻기 위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