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이 재도전 끝에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따냈지만 정유업 진출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유사업을 벌일 수 있는 토대는 닦았지만 아직은 인프라 기반이 약해 사업을 본격화하려면 수조원의 투자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정유업 진출 운운했다가 선발 업체들의 견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한국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2부 시장 휘발유 공급업체로 한화토탈이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석유공사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2부 시장 공급권은 휘발유와 경유로 나눠 공급사를 선정한다.
지난 15일 진행됐던 공급권 선정에선 2부 시장 경유 공급사로 현대오일뱅크가 선정됐지만 휘발유는 한화토탈이 단독 응찰해 유찰된 바 있다. 1주일 후인 이날 입찰에는 2개 업체가 응찰해 최종적으로 한화토탈이 낙찰됐다.
이에 따라 올해 알뜰주유소 공급권은 최종적으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이 나눠 갖게 됐다. 1부 시장 남부권(전남북 및 경남북)공급권은 GS칼텍스가 획득했고, 중부권(경기·강원·충남북)은 현대오일뱅크가 차지했다.
1부 시장 공급사는 알뜰주유소에 보통휘발유와 등유, 자동차용 경유 등을 공급하게 된다. 총 물량은 중부권과 남부권 각각 연간 6억 리터(초과 가능)로 총 12억 리터다. 지난해 알뜰주유소 보통휘발유 판매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2조1518억원 규모다.
이번에 2부 시장 휘발유 공급권을 따낸 한화토탈은 옛 삼성토탈 시절부터 알뜰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정유사를 비롯해 대리점과 수입사 등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1부와 2부 시장으로 나눈 지난해에도 2부 시장 휘발유 및 경유 공급권을 모두 따내며 제품을 공급했다.
하지만 지난주 입찰에선 현대오일뱅크에게 경유 공급권을 빼앗겼다. 2부 시장은 최저가입찰제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공급사가 공급권을 가져간다. 현대오일뱅크는 1부 시장은 물론 2부 시장 경유 공급권도 따내며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게 됐다.
2부 시장 공급사는 휘발유와 경유를 합해 연간 총 200만 배럴(3억1780만 리터, 보통휘발유 기준 약 5699억원)을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게 된다.
한편 한화토탈 측은 이번 알뜰주유소 공급권 획득과 관련해 정유업 진출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화토탈은 이미 석유정제업체로 등록돼 언제든지 사업은 할 수 있지만 본격적인 정유사업을 위해선 필요한 게 많은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정유사업을 하려면 자사 폴(Poll, 브랜드) 주유소를 확보하고, 자사 제품을 싣고 운반하는 차량 등이 필요하다. 또 각 지역마다 저장 설비는 물론 파이프 라인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화토탈은 기존 정유사와 달리 이 같은 유통망이 전혀 없다.
기존 정유사들과의 생산규모 차이도 커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토탈의 일일 생산 가능량은 15만 배럴 수준이어서 정유사 가운데 가장 정제설비 규모가 작은 현대오일뱅크(39만 배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방향족 공장을 건립한 것은 에너지(석유제품)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파라자일렌 등의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라며 "본격적인 정유사업을 하려면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