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배당을 높여가겠다는 계획을 내놓는가 하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보다 주주가치 제고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대기업들이 최근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최근 실적 부진 등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주가는 기업 가치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주가 하락은 기업 가치 하락으로 연결된다.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배당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한국 기업의 지난 2013년 기준 평균 배당 성향은 21.1%로 미국 34.6%, 독일 43.3%, 일본, 30.1%보다 낮은 상태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내수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이를 반영해 평균보다 낮은 배당을 하는 기업들에 대해 배당을 확대하라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이 지분 7.22%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지난 23일 2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사상 처음으로 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2687억원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사장은 "지난해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을 보면 15% 수준"이라며 "단기적으로 이 수준까지 맞추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현대차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배당성향 수준과 맞춰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가 중간배당 실시와 함께 배당확대 방침을 밝히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9월 10조5000억원을 투입해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등 주가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에 앞서 합병을 추진했던 SK와 SK C&C 역시 지난 6월 간담회에서 지난해 기준 17%수준인 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30%수준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합병 추진과정에서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역시 향후 배당성향을 30%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합병 삼성물산은 배당 확대외에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등 주주친화정책을 내놨다.
이와관련 제일모직은 지난 23일 4400억원을 들여 250만주를 사들이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합병 승인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를 의식한 조치다. 제일모직 주가는 지난 17일 합병주총을 앞두고 19만원대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16만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제일모직의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15만6493원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 반면 삼성물산 주가는 28일 5만7000원에 마감하며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5만7234원을 하회했다.
주가 약세가 계속될 경우 매수청구권 행사규모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주식매수청구 총액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 합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놨다.
SK하이닉스도 22일 주가안정을 위해 전날 총 8591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취득 예정 주식수는 2200만주로 유통주식 수의 3.02%에 해당한다.
D램 시황 부진 우려가 작용하며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6월 4만원 후반대에 머물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3만원 후반대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주요기업들이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오는 30일 2분기 확정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의 계획을 제시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밑돌았고, 주가 역시 120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는 만큼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들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에 5조원 이상을 투입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