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에 힘입어 부활하고 있는 일본기업과 가격과 기술 모두 턱 밑까지 추격한 중국기업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위기를 퀀텀 점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주요 기업들의 전략과 사업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시장의 신흥거점으로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로 부상하며 잠재력이 풍부하다.”(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베트남을 필두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특히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바탕으로 우수한 중소기업과 함께 이 시장에 진출하면 동반 성장과 함께 그룹의 신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그룹은 2004년 출범 당시 매출 23조원에서 차지하는 수출 및 해외매출 비중이 30%(7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 진출하는 등 해외수출 확대에 공을 들인 결과, 지난해에는 그룹 전체 매출 61조8000억원 중 수출 비중이 56%(34조7000억원)로 급증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60개 해외법인과 45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GS그룹은 기존 사업장을 넘어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이 있다.
◇ 베트남을 잡아라
허창수 회장이 베트남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높은 성장 잠재력과 함께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가 풀리는 등 기업환경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GDP 성장률은 지난 2012년 5.25%에서 2013년 5.42%, 지난해 5.98%를 기록하며 꾸준히 5% 이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6% 수준의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 투자하는 아세안(ASEAN) 국가들이나 미국, EU, 한국 등 외국인 투자 기업들의 기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수입관세 인하 및 기술장벽 등의 철폐로 베트남은 물론 베트남을 거점으로 하는 아세안 시장으로 접근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KOTRA)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 등 많은 해외투자자들이 베트남으로 생산거점을 이전하고 있으며 한-베트남 FTA 등을 통한 시장 접근성 확대로 많은 사업 기회가 있다"며 "중국 및 인도네시아 등 인접국가보다 임금이 저렴하고 값싼 원자재를 수급할 수 있어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에 허창수 회장은 베트남 및 동남아 시장 현황과 최근 트렌드를 직접 확인하고, 이 곳에서 펼치고 있는 기존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달 계열사 사장단을 직접 베트남으로 불러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허창수 회장은 “베트남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중국과 인도를 연결하는 거대한 경제권의 요충지여서 동남아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기에 최적지”라며 “해외시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을 추진해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도 경쟁우위를 갖고 있어야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GS가 가진 장점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외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동남아 공략 본격화
GS홈쇼핑과 GS칼텍스 등은 이미 현지 법인설립 및 합작법인을 통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GS홈쇼핑은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선정한 전남지역의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 시장에 팔아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GS홈쇼핑은 지난 5월 전남혁신센터에서 열린 '전남 K-Food' 품평회에서 발굴한 제품 가운데 해송식품의 ‘장흥청정 김’ 세트를 중국 베이징 홈쇼핑 방송을 통해 판매, 2000세트를 완판했다.
전남 순천에 있는 중소기업 ‘지본 코스메틱’의 ‘플루 바디스크럽’ 제품은 인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전남에서 생산된 호두 껍질을 특허 기술로 균일하게 잘 가공해 물에 녹거나 형태가 으스러지지 않는다. 또 묵은 노폐물과 각질을 한 번에 제거하고 보습까지 가능해 인도에서 상반기 히트상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지본 코스메틱스의 플루 바디스크럽 |
베트남 시장에서의 인기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GS홈쇼핑이 베트남의 'Vivi 홈쇼핑'과 합작한 'VGS SHOP'은 2012년 개국 이후 연평균 48%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GS홈쇼핑은 전남지역 우수 중소기업 제품의 베트남 시판도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국내 중소기업이 수출한 전동공구와 다양한 종류의 주방용품이 히트상품 상위권을 차지하며 고성장을 이끌고 있는 상태다. 중소기업들의 우수 제품을 판매하면 GS홈쇼핑은 다양한 구색을 갖출 수 있어 해외 시장 공략에 유리하고, 중소기업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제품을 수출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베트남과 중국, 인도 등 해외 시장에서 올리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한국 상품 매출 가운데 중소기업 제품 매출이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GS홈쇼핑에 제품을 직접 팔아 해외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고, GS홈쇼핑은 중소기업의 다양한 제품을 바탕으로 매출을 키울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설립된 ‘GS칼텍스 차이나’는 중국에서의 석유 및 석유화학, 윤활유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인도 뭄바이의 ‘GS칼텍스 인디아’는 윤활유 판매사업과 함께 동남아시아 복합수지 시장 진출 기회도 엿보고 있다.
GS리테일은 인도네시아 수퍼마켓 오픈을 준비 중이고, M&A 기회를 활용해 조기 현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베트남 편의점 사업 진출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GS건설은 신입사원을 해외 사업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뒤 베트남을 비롯한 중동과 이집트 등 해외 프로젝트 현장에서 근무한다.
GS건설 관계자는 "국내 시장 한계를 돌파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려면 글로벌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며 "회사의 미래를 이끌 신입사원을 해외현장에 배치해 글로벌 엔지니어로 육성하고, 나아가 해외에서도 국내 청년 일자리를 발굴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