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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다시 달리자!]현대오일뱅크의 신무기 '혼합자일렌'

  • 2015.11.13(금) 15:06

롯데케미칼과 합작.. 혼합자일렌 사업 진출
윤활기유, 유류저장 사업으로 수익성 확보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에 힘입어 부활하고 있는 일본기업과 가격과 기술 모두 턱 밑까지 추격한 중국기업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위기를 퀀텀 점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주요 기업들의 전략과 사업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올렸다. 주력인 원유정제사업 규모는 정유 4개사 가운데 가장 작지만 꾸준히 이익을 거두면서 사상 최악의 영업환경을 극복해냈다.

 

업계에선 정유사업 규모가 작은 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했다. 또 원유 도입처 다변화로 국제유가 변동성에 대비했고, 고도화설비 비율을 높여 정제마진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혁명,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성장 둔화, 중동 지역에서의 정제설비 증가 등으로 정유사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현대오일뱅크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이유다.

 

 

◇ 롯데케미칼과 합작으로 일석이조 효과 기대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혼합자일렌(MX)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양사는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내년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현대오일뱅크 지분은 60%다.

 

특히 이 사업은 값이 싼 원료인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사업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중간형태로, 이를 정제하면 원유보다 싼 값에 휘발유와 나프타 등을 생산할 수 있다.

 

MX 생산공정을 보면, 콘덴세이트는 상압증류 과정을 거쳐 LPG와 나프타, 등유와 경유, 잔사유 등으로 분리된다. 이중 경질나프타는 탈황 후 롯데케미칼의 생산제품 원료로 사용되며, 중질나프타는 탈황 및 개질공정을 거쳐 벤젠과 MX를 생산할 수 있는 방향족 나프타로 만들어진다.

 

방향족 나프타는 제조 공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MX(연산 100만톤) 및 벤젠(35만톤) 제품으로 생산된다. MX는 다시 제2 BTX(벤젠·톨루엔·자일렌)의 원료로 공급돼 파라자일렌(PX)을 만들게 된다.

 

▲ HDO: 현대오일뱅크 LCC: 롯데케미칼

 

PX시장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PX 자체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그 원료가 되는 MX 시장을 공략한다는 게 현대오일뱅크의 판단이다.

 

이에 더해 오일뱅크는 등유와 경유를 탈황해 항공유와 초저유황 경유를 만들 수 있고, 잔사유는 오일뱅크 정제고도화설비의 원료로 사용해 석유제품을 만들 수 있다. 오일뱅크 입장에선 MX 사업을 새롭게 시작함은 물론 정제 원료를 다양화해 마진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등·경유 판매를 통해 3조원 가량의 매출 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루 13만 배럴의 콘덴세이트를 정제하는 공장이 준공되면 자체 원유 처리량이 39만 배럴에서 52만 배럴로 급증한다”고 말했다.

 

◇ 성장성 큰 윤활기유+안정적인 유류저장사업

 

윤활기유 사업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강화되는 자동차 연비 및 환경에 대한 규제로 성장성이 가장 큰 사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윤활기유는 과열 방지, 마찰 완화, 연비 개선 등의 역할을 하는 윤활유의 원료다.

 

국내 정유사들도 이미 윤활기유 및 윤활유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현대오일뱅크는 가장 늦게 시장에 참여했지만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Shell)과의 합작(현대쉘베이스오일)으로 국내를 비롯한 세계 윤활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현대쉘베이스오일 윤활기유 공장

 

지난 8월 충남 대산공장에 들어선 현대쉘베이스오일 윤활기유 공장은 하루 2만 배럴의 원유 부산물을 처리해 연간 65만톤의 윤활기유를 생산한다. 여기서 만들어진 윤활기유 대부분은 쉘에 공급하고, 일부는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완제품인 ‘엑스티어(XTeer)’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지난해 상업가동을 시작한 후 4개월 동안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영업이익 267억원, 매출액 3450억원을 달성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윤활기유는 저온 유동성과 열 안정성, 낮은 휘발성 등 품질이 우수하다"며 "이를 원료로 만든 엑스티어를 바탕으로 고급 윤활유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사업인 유류저장사업(현대오일터미널)은 국내 정유사 중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으로 진출했다. 특히 이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현대오일뱅크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4월부터 본격 상업가동에 들어간 현대오일터미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7억원, 매출액은 227억원을 기록했다.

 

울산 신항 남항부두의 공유수면 8만7000㎡를 매립해 만든 유류 저장시설은 5만DWT(DeadWeight ton)급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와 28만㎘의 석유제품을 수용할 수 있는 35기의 저유 탱크가 있다. 이는 대형 탱크로리(20㎘) 1만4000대를 한번에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울산은 국내 대표 석유화학단지로 유류 저장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의 석유물류 대체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일본은 잦은 지진과 저유시설의 노후화, 대형 유조선 접근이 어려운 얕은 수심 등으로 안정적인 물류운영이 어려운 탓이다.

 

이 관계자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연간 270만톤 규모의 국내 석유제품 물동량은 물론 일본과 싱가포르 화주의 제품 물동량도 유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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