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원샷법)을 수용하면서 법안 통과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더민주당은 그동안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이라며 10대 그룹은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기존 법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민생살리기 입법 촉구' 서명운동이 재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의 새누리당 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법 적용기간은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법 적용기간을 3년으로 줄이는 대신 필요할 경우 2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야당이 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원샷법은 조만간 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인수합병 등 기업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과 관련된 규제나 절차를 묶어서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급과잉 업종에 속한 기업이 사업재편계획을 신청하면 민관합동 심의위원회를 거쳐 주무부처의 승인을 받게 된다.
▲ 박근혜 대통령이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
그동안 야당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이 법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후 한차례 입장을 바꿔 10대 그룹은 적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최근에는 대기업 오너들의 편법상속과 경제력 집중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야당의 입장 변화는 먼저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생관련 법안을 둘러싼 대치가 지속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여기에 최근 재계가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이와관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와 재계는 지난 13일부터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법 등의 국회 처리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는 물론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도 서명에 참여하면서 국회를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원샷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의 사업재편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법은 지주회사 규제 유예 기간 연장, 증손회사 규제 완화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세제나 금융지원 등도 이뤄진다.
당장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매수청구권 등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반대주주들의 매수청구권 청구기간이 줄어들고 소규모합병의 경우 매수청구권을 주지 않아도 된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 했던 기준도 완화된다. 원샷법 합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삼성SDS나 현대글로비스 등 지배구조 관련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