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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낸 한국판 '원샷법'..재계는 실망

  • 2015.05.28(목) 15:59

주식매수청구제도·지주회사 규제 완화
재계 "기대에 못 미친다" 평가

원활한 사업재편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이 윤곽을 드러냈다. 지난 27일 열린 공청회에서 공개된 내용은 인수합병(M&A) 절차 간소화, 지주회사 규제 완화, 사업재편시 세제·금융지원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한국판 '원샷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초안이 만들어진 만큼 이를 기반으로 정부 입법안을 마련,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올해안에 법을 통과시켜 내년초부터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초안을 바라보는 재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동안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해왔던 재계는 초안에 포함된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완화

 

원샷법 제정을 위해 정부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팀이 공개한 초안을 보면 우선 기업들이 사업재편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지만 기업들은 청구권이 남용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식매수청구권이 예상보다 많이 행사되면서 합병을 철회하기도 했다.

 

연구보고서는 기업이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기간을 상장사는 1개월에서 3개월로, 비상장사는 2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합병 등 사업재편을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매수를 청구하는 기간도 주주총회 이후 20일에서 10일로 줄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업재편과정에서 기업들의 자금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상장회사의 경우 매수청구권 자체를 제한해달라는 재계의 요청은 수용되지 않았다. 소액주주들의 권리침해 가능성이 제기된 영향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규제완화 내용도 포함됐다. 사업재편 기간중에 최대 4년까지 자회사 공동출자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지금은 지주회사 자회사들이 손자회사에 공동으로 출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계열사 지분규제,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보유 규정 역시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올해초 열린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전국 상의회장단 간담회 모습. 당시 재계는 원활한 사업재편을 위해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연구용역을 통해 공개된 초안에 대해 재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 합병 등 사업재편 활성화 지원

 

간이합병이나 소규모합병 요건을 완화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들도 보다 수월하게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지금은 소규모 합병의 경우 합병후 발행하는 신주가 전체 주식의 10%를 넘지 않아야 주주총회 대신 이사회 결의로 대체할 수 있지만 이를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간이합병시 주총 특별결의를 이사회 결의로 갈음하기 위해선 합병회사가 피합병회사 주식의 9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현재 규정 역시 사업재편 승인을 받을 경우 3분의2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사업재편과 관련된 주주총회의 경우 공고기간을 현재 2주전에서 1주전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제안했다. 사업재편 기간에는 순환출자와 상호출자 해소 유예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사업재편지원을 신청하면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도 청구한 것으로 간주하는 등 신고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밖에 과잉설비 해소를 위한 자산매각이나 사업재편을 위한 주식교환시 세제지원을 하는 방안, 산업은행의 시설·운용자금과 중소기업 자금지원제도,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금융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 재계는 '실망'

 

하지만 재계는 원샷법 연구용역 보고서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지원대상을 과잉공급 사업으로 한정한 것부터 지적하고 있다.

 

연구용역 보고서는 원샷법 지원대상에 대해 '과잉공급분야의 기업이 과잉공급해소나 신성장사업 진출을 위해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예외적으로 지원한다'고 적시했다.

 

재계는 '과잉공급분야'라는 제약을 둔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사업재편을 보다 활성화하고, 미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지원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날 공청회에서도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지원대상을 다양하고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대상을 한정하면 자칫 반쪽자리 제도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매수청구권 문제 외에 기업결합심사기간 단축이나 지주회사 규제완화 부분에서도 재계의 요청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주회사 사업재편 과정에서 최대 4년까지 허용한 공동출자 등 규제완화 내용도 기간이 짧다는 반응이다. 재계는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규제 적용 예외기간을 사업재편기간 외에 추가로 2년 정도를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었다.

 

기업결합심사의 경우 용역안은 심사창구 단일화 내용은 포함시켰지만 재계가 요청한 심사기간 단축은 제외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연구용역안 내용으로는 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조만간 재계 의견을 모아 다시 건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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