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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태풍'이 온다..전기차 시장 술렁

  • 2016.04.05(화) 17:40

테슬라, '모델3' 국내 출시 예정…성능·가격 우수
현대차와 격돌 예상…충전 인프라 등 과제도 산적

미국의 전기차 전문업체인 테슬라(Tesla)가 국내에 본격 진출한다. 보급형 신형 전기차 '테슬라 모델3'를 앞세워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테슬라 전기차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기차이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못지 않은 성능과 기존의 전기차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신모델을 출시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태다. 최근 현대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선보이면서 조금씩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는 단계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한국 시장을 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전기차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의미다.

◇ 테슬라 '모델3'의 경쟁력은

테슬라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호손 테슬라 디자인스튜디오에서 오는 2017년 말부터 배송이 시작될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출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테슬라 전기차의 한국출시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뉴스 등을 통해서만 접했던 테슬라 전기차를 도로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테슬라는 이미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델3'에 대한 사전 예약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도 '모델3' 사전 계약을 했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이야기가 회자 되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선보일 '모델3'는 보급형 전기차다.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그동안 가격 부담이 커 테슬라 전기차를 '그림의 떡'으로만 여겼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큰 폭으로 가격을 내렸다.

테슬라 '모델3'의 가격은 기본형이 3만5000달러(약 4043만 원)다. 추가 사양을 더할 경우 4만달러를 조금 넘는다. 기존의 테슬라 모델S와 모델X의 가격이 각각 7만달러, 8만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반값 수준인 셈이다. '모델3'는 순수 전기차다. 따라서 국내에 들어올 경우 정부와 각 지자체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격은 더욱 낮아진다.

▲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인 테슬라 '모델3'.

현재 국내에서 전기차를 구입할 경우 정부 지원금은 1200만원이다. 각 지자체별로 보조금 액수는 차이가 있다. 지자체별 보조금은 300만~800만원선이다. 따라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모델3'의 가격은 2000만원대로 떨어진다. 같은 수입 전기차인 BMW i3의 가격이 5170만~684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가격이다.

성능도 탁월하다. 기존 전기차가 가진 한계를 넘어섰다. 완전충전시 최대 운행거리는 346㎞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중 완충시 가장 먼 거리를 가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최대 운행거리가 169㎞다. '모델3'가 '아이오닉 일렉트릭'보다 2배 가량 더 멀리 갈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인 제로백은 6.2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모델3'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오토파일럿'이 기본 장착돼있다. 아직 완벽한 자율주행 시스템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부분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테슬라는 작년부터 꾸준히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주고 있다.

◇ 테슬라와 현대차의 각축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테슬라의 한국 상륙 소식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을 무기로 국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현대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앞세워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확대에 나선 상태다.

테슬라 '모델3'가 각종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경우 2000만원대에서 판매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슷한 가격대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가장 유력한 경쟁상대다. 물론 르노삼성의 SM3 Z.E. 등도 있지만 '모델3'나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비해서는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떨어지는 만큼 결국 국내 전기차 시장 패권은 현대차와 테슬라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 테슬라 '모델3'가 국내에 출시될 경우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 하지만 테슬라 '모델3'에 비해 성능 등의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모델3' 출시 전에 배터리 용량 확대를 통한 최대 운행거리 연장,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에서는 국내 전기차 업체들이 테슬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최대 운행거리를 늘려야 한다고 보고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을 늘려야 한다. 오는 6월 출시될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배터리 용량이 28㎾h다. 따라서 적어도 60㎾h급 배터리를 장착해야 테슬라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모델3'의 경우 기존 전기차와 달리 리튬폴리머 전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노트북에 사용하는 18650 소형 리튬이온 전지 약 7000개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테슬라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에 배터리 공급 업체들과의 협상 및 협업을 통해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것만이 테슬라 광풍을 이겨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의 상당 부분은 배터리 가격인 만큼 세계 리튬이온전지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과의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 기대만큼 과제도 산적

테슬라의 국내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충전 시설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충전 인프라 부족 때문이다. 전기차에게 충전 인프라는 핵심 요소다. 만일 테슬라가 국내에 들어온다고 해도 충전 인프라가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만큼 테슬라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에 일단 정부의 각종 승인 절차는 물론 충전 인프라 구축에 대한 계획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한국의 충전 인프라에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이 차이를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할 지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모델3'의 완속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9시간이다. 따라서 급속 충전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테슬라는 미국 내에 자체적으로 409개 급속충전소에 2247개 급속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또 테슬라의 급속충전 스테이션 '슈퍼차저'를 통해 테슬라 고객에게 전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아울러 테슬라는 대형마트 등에 급속충전 시설을 2대까지 무료로 설치해준다. 가정형 충전기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 테슬라의 급속 충전 시스템인 '수퍼차저'. 테슬라의 '모델3'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수퍼차저와 같은 급속 충전 시스템의 확충이 필요하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내에만 2247개의 수퍼차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급속충전소는 337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은 모두 337곳에 불과하다. '모델3'가 순조롭게 운행될 기본 조건이 미비한 상태다.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충전시설을 확충하겠다고 하지만 그 속도는 더디다. 전기요금 체계도 다르다. 정부는 오는 11일부터 전기차 급속 충전시에도 ㎾h 당 313.1원이 부과키로 했다.

이와 함께 '모델3'의 국내 진입 시점이 앞으로 2년여 정도 남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오는 2017년 말부터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 '모델3'를 인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에는 오는 2018년쯤에야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동안 정부의 인증 절차나 전기차 보조금 정책 등이 변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업체들은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모델3' 국내 진출은 국내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좋은 소식임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국내에 도입돼 실제 운행될 때까지 변수가 너무 많은 상황이어서 좀 더 신중하게 살펴보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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