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잠정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놨지만 전자업계, 특히 부품업계 실적은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 전체적으로 업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이달말 실적을 공개할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등은 가격하락으로 인해 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무선사업부 실적이 개선됐지만 2분기에도 호조세가 이어질 것인지 여부를 봐야 하고, LG전자도 G5의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 삼성전자·LG전자, 깜짝실적 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매출 4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대비 8.1% 감소했고,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선 3.9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7.49%, 전년동기대비로는 10.37% 각각 늘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 영향을 최소화했고, 갤럭시S7 출시시기를 앞당기며 지난해와 달리 1분기 실적에 이를 반영한 결과다. 연초 약세를 보인 환율 역시 실적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이(단위:조원). |
다만 이같은 실적개선이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여전히 약세고, 갤럭시S7 본격 판매에 따른 마케팅 비용 확대 역시 실적개선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된다. 1분기와 같은 환율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1분기 깜짝실적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규모가 아직 50조원을 밑돌고 있는 만큼 외형과 수익성 확대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도 낙관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3조3621억원, 영업이익 505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4년 2분기 6097억원이후 가장 많은 분기 영업이익이다.
LG전자의 깜짝실적은 생활가전과 TV부문의 실적이 개선된 결과다. 다만 전분기나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비수기인 1분기에 비용 통제 등을 통해 수익성을 지켰지만 2분기에도 이같은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전략 스마트폰인 G5가 본격 출시됐고, 초기 반응이 나쁘지 않은 만큼 그 성과에 따라 2분기 이후 LG전자의 전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LG전자 영업이익 추이(단위: 억원). |
◇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은 적신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냈지만 주요 전자부품업체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메모리반도체와 LCD패널 가격 하락 영향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5000억원 후반대까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4년 1분기이후 줄곧 분기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9888억원으로 줄었고, 1분기에는 다시 절반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 1분기 D램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간 만큼 삼성전자에 비해 SK하이닉스가 받는 영향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비중이 75%에 달하는 등 D램 가격변동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LG디스플레이도 15분기 연속 이어온 흑자기조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LCD 패널가격 약세가 1분기에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4957억원, 영업이익 606억원을 기록했던 LG디스플레이는 1분기에 영업 적자를 보일수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1분기 약 10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실적에 연결되는 삼성디스플레이 실적도 좋지 않다. 증권가는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적자 규모가 2000억원대 중후반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밖에 삼성SDI나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부품사들도 부진한 1분기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SDI나 삼성전기는 갤럭시S7 출시효과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고, LG이노텍도 애플 공급량 감소 등이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