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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017년형 쏘나타' 서둘러 내놓은 까닭

  • 2016.04.22(금) 15:32

중형차 시장 판도 변화 조짐…SM6 등에 대응
여성·어린이 타깃 편의사양 강화…전략적 선택

현대차가 상품성을 개선한 '2017년형 쏘나타'를 내놨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업체들은 매년 하반기쯤 기존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신차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옵션들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판매 확대를 꾀한다.

주목할 것은 현대차가 2017년식 쏘나타를 내놓은 시점이다. 종전대로라면 올해 하반기에 나왔어야 할 모델이 벌써 출시됐다. 종전 대비 최소 3개월 이상 빨리 나온 셈이다. 현대차가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의 연식 변경 모델을 서둘러 시장에 선보인 것은 경쟁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쏘나타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한해동안 쏘나타는 내수 시장에서 총 10만8438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기아차 K5의 판매량은 5만8619대였다. K5는 작년 2세대 모델로 완전 변경돼 출시됐다. 반면 쏘나타는 연식변경만으로 K5 보다 2배 가까이 많이 판매됐다.

지난 1분기에도 쏘나타는 1만9176대를 기록하며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경쟁 상대가 되지 않았던 르노삼성이 신모델 SM6를 선보였다. 또 한국GM도 오는 27일 신형 말리부를 내놓는다. 말리부의 경우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로 중형차 시장에서 나름대로 확실한 영역을 구축해 놓은 모델이다.

▲ 르노삼성 SM6.

문제는 이들 경쟁 모델들의 성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일단 먼저 출시된 SM6의 경우 판매 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본격 출시된 지난 3월 판매량은 6751대로 쏘나타(7053대)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신차 효과로 볼 수도 있지만 업계 등에서는 생산에 차질만 빚지 않는다면 한동안 판매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M6의 판매량을 확인한 현대차는 내심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M6 출시 전부터 판매 동향을 면밀히 관찰해왔지만 내부적으로 생각했던 판매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자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SM6는 신차 효과라는 일종의 왜곡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숫자가 많이 나왔다"며 "쏘나타의 경우 상대적으로 모델 노후화로 보여질 수도 있어 연식변경 모델을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 미국에서 판매중인 쉐보레 신형 말리부.

한국GM의 신형 말리부도 쏘나타를 위협할 잠재적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번에 선보이는 말리부는 디자인 변경은 물론 각종 편의사양까지 보강됐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은 한국GM으로서는 이번을 계기로 반등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이는 곧 쏘나타에게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시장이 바뀌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올라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76.9%에 달했다. 현대차가 46.6%, 기아차가 30.3%였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5위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도 이같은 내수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의 독주 체제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파상공세가 시작되면서 현대·기아차는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내수 시장 점유율도 과거 80%가 넘었던 것이 최근들어 70%대로 떨어졌다. 물론 여전히 우월적 지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예전에 비해서는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


현대·기아차의 독주체제가 흔들리면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옮겨갔고 한동안 현대·기아차는 수입차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작년 폭스바겐 사태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이 주춤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폭발적인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현대차가 쏘나타 연식 변경 모델을 일찍 선보인 것도 이런 시장 상황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 최근 2~3년간 현대·기아차 이외의 국내 여타 완성차 메이커들은 이렇다할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특히 중형차 부문은 SUV의 인기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시장이었다. 현대차는 7세대를 이어온 쏘나타를 앞세워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강' 현대차도 시장의 변화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이제 '중형차=쏘나타'라는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며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수입차를 탈 수 있는데다 최근에는 국내 경쟁 업체들이 다양한 중형 신차를 내놓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현대차도 이런 트렌드의 변화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여성과 어린이 겨냥…차별화 나선다

사실 이번에 현대차가 선보인 '2017년형 쏘나타'는 연식 변경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많다. 한마디로 '바뀐 듯 바뀌지 않은' 모델이다. 연식 변경 모델이 각종 편의사양을 강화하는 패턴이기는 하지만 이번 2017년형 쏘나타'에는 시선을 확 끌만한 편의사양 강화는 없다.

대신 현대차는 여성 운전자와 어린이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것이 '케어 플러스'(CARE+) 트림 신설이다. 여성과 아이의 안전, 고급스러움을 중시하는 영 패밀리 고객들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으로 구성된 모델이다. 여기에는 최첨단 충돌 예방 시스템인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BSD)', 전방 주차 보조시스템(PAS), 열선 스티어링 휠, 자외선 차단 앞유리 등 여성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이 적용돼있다.

▲ 2017년형 쏘나타.

또 뒷좌석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편의를 고려해 뒷좌석 열선시트와 뒷좌석 암레스트, 앞좌석 시트백 포켓도 장착했다. 뒷좌석 매뉴얼 사이드 커튼, 전동식 뒷면 유리커튼을 적용하는 등 아이를 위한 편의사양도 적용했다. 여성 운전자가 증가하고 어린이들이 동승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이를 고려한 편의사양 배치다. 한마디로 타깃층을 명확히한 셈이다.

현대차가 '2017년형 쏘나타' 출시로 큰 효과를 볼 것인지 여부는 미지수다. 일단 SM6와 신형 말리부 등 신차에 먼저 시선이 쏠리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여성과 어린이를 배려하는 전략을 펴고 있지만 이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이 신차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일정부분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형 쏘나타'에는 눈에 띄는 편의사양 채택이나 상품성을 높이는 대신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는 등의 소비자 유인 요인이 없다"면서 "SM6와 신형 말리부와가 신차라는 메리트를 가진 만큼 한동안 시장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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