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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한진해운, 같은 듯 다른 처지

  • 2016.06.08(수) 10:58

업황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 → 구조조정 돌입
양사 우선순위·의지·전략차 현격 → 상황 역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두 국적 선사의 회생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두 해운사 모두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벼랑 끝에 섰다. 자칫 하다가는 모두 침몰할 위기에 처했다. 결국 정부가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고 지난 수개월간 두 해운사는 회생을 위해 전력을 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두 해운사의 모습은 다르다. 현대상선의 경우 회생을 위한 발판이 거의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한진해운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회생을 위한 전략, 구조조정 강도와 의지의 차이가 결국 지금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차이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 분명 같은 처지였는데

그동안 업계에서는 한진해운보다 현대상선의 위기가 더욱 심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해운업황 침체는 전세계 모든 해운업체들이 겪는 공통된 악재였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현대상선의 경우 수익을 내지 못했다. 반면 한진해운의 경우 한진그룹에 편입되며 회생의 길을 모색했고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던 데에는 현대그룹과의 연관성 때문이었다. 현대그룹은 취약한 지배구조를 지켜내기 위해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를 이용했고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는 극도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대상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더군다나 현대상선의 실적은 매분기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했다. 현대상선의 부진 속에 한진해운은 상대적으로 업계와 시장의 긍정적인 시선을 받았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저유가 덕에 수익성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모습은 완전히 역전됐다. 현대상선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비춰졌던 한진해운이 급기야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항복 선언을 했다. 업계와 시장은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셈이다.

이에 반해 현대상선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반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대가 없었던 만큼 현대상선이 회생을 위해 진행해온 각종 프로세스와 그 성과들에 업계와 시장은 뒤늦게 놀라워하는 모습이다. 결국 두 국적 선사의 차이는 '간절함'과 '안일함'이 갈랐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현대상선, 끝이 보인다

업계와 시장에서조차 불신했던 현대상선이 반전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전략과 회생을 위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약 4개월 전 현대그룹이 그룹 차원의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때만 해도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은 당연한 수순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해도 현대그룹은 자구안의 핵심이었던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된 상황이었다. 현대증권 매각 대금을 통해 현대상선의 급한 불을 끄려했던 현대그룹으로서는 그야말로 막막한 상황에 처했던 셈이다. 현대그룹은 깊은 고민을 했고 결국 채권단과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채권단이 걸었던 조건은 세가지였다. 용선료 인하 협상 성공, 사채권자 집회를 통한 채무재조정, 해운동맹 가입이었다. 이 중 용선료 협상 성공이 가장 큰 과제였다. 지금껏 해운사가 선주들을 상대로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여 성공한 사례는 지난 2014년 이스라엘의 짐(ZIM)사의 경우 정도가 꼽힐 정도로 희귀했다.


따라서 용선료 인하 협상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았다. 현대상선도 이를 알고 있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치밀하고 공격적인 전략을 짰고 그룹 차원에서 용선료 인하 협상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여기에 오너인 현정은 회장의 사재 출연과 백의종군까지 더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현대그룹의 이런 노력은 약 4개월동안 계속됐다. 초반 용선료 협상에 부정적이던 선주사들의 마음이 조금씩 돌아서기 시작했다. 가장 강경했던 영국의 조디악이 최근 인하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협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예상 인하폭은 20%대다.

아울러 새채권자 집회를 통한 채무재조정도 용선료 인하라는 키(Key)를 해결하면서 모두 완료했다. 새로운 해운동맹인 'THE 얼라이언스' 가입도 낙관적이다. 현재 'THE 얼라이언스'를 주도하는 대부분의 해운사들로부터 가입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둔 상태다.

◇ 한진해운, 끝이 안보인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에 비해 뒤늦게 회생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또 전략도 달랐다. 현대상선이 회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단추로 용선료 인하를 꼽았을 때에도 한진해운은 해운동맹 가입을 최우선시 했다. 현대상선이 진행한 프로세스와는 정반대의 진행방향이었다.

당시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에 가입에 성공한 반면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에만 목을 매고 있다며 현대상선이 불리한 형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뒤늦게 한진해운도 선주사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로 일부 선주사들이 선박을 억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는 신뢰가 생명인 해운업계에서 한진해운의 위상이 크게 타격을 입게됨은 물론 향후 선주사들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너 일가의 회생 의지도 현대상선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정은 회장의 사재 출연을 통해 채권단에게 회생을 위한 최소한의 의지를 표명했다. 반면 한진해운의 경우 이미 그룹 차원에서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한 이상 오너 일가의 추가적인 사재 출연 등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명한 상태다.

한진해운은 현재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 대로 각종 지분 매각과 해외 사옥 매각 등 다각도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금액이 크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에서는 대주주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회생작업이 난항을 겪는 것은 결국 전략의 부재와 의지의 부족이 겹친 결과"라며 "현대상선의 협상 결과를 기다리며 뒤늦게 그 결과에 편승하려는 것처럼 오해를 살만한 태도를 보인 것도 시장과 업계가 한진해운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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