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답없는 한진해운 국익 논란도 소용 없었다

  • 2016.08.30(화) 17:25

부족자금 계속 늘어나는 데 자체 조달은 쥐꼬리
지원자금 대부분 해외 외상값 상환...명분도 약해
대우조선에 데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결국 백기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에 데인 산업은행이 결국 한진해운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부족자금에 비해 자체 조달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설령 추가 지원에 나서더라도 대부분 해외 외상값을 갚는 데 쓰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대상선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산업계의 충격을 덜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런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산업은행은 앞서 대우조선과 STX조선에 각각 4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면서 '밑 빠진 독에 물붓기'란 비판을 들어야 했다. 내달 구조조정 청문회도 서야 한다. 그러면서 과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원에 무게를 뒀던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대해선 원칙적인 처리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신규 지원을 중단하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컨테이너 사업의 특성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회생이나 합병보다는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채권단의 전망이다.  
 

◇ 또 밑 빠진 독 될라..8000억까지 늘어날 수도

채권단이 한진그룹의 자구안을 수용할 수 없었던 이유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부족자금 대비해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진 측이 어제(29일) 제시한 자체 지원 규모는 대한항공 4000억원, 기타 계열사와 조양호 회장이 내년 7월 중 조달할 1000억원 등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용선료나 선박금융 등 계획된 채무 재조정이 모두 성사되더라도 부족자금 규모는 1조~1조30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30~50% 수준만 자체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부족자금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선박금융, 용선료 조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전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100% 달성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목표 미달 시 그에 비례해 부족자금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운업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2분기와 3분기 운임이 전혀 오르지 않는 등 대외 여건도 여전히 나쁘다. 머스크와 MSC 등 글로벌 1, 2위사도 영업손실을 낼 정도로 당분간 해운시장의 반전이 없고, 대규모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채권단 입장에선 리스크가 크다고 본 것이다.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도 "부족자금에 대한 지원 규모는 확대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면서 "구조를 개편하지 않고 채권단 지원만으로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 이동결 산업은행 회장이 30일 한진해운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신규 지원자금 대부분 해외 외상값 상환에 쓰일 판

6500억원이 이르는 상거래 연체 채권 역시 채권단에서 지원을 꺼리게 만든 요인이 됐다.

당장 이 돈을 갚아야 하는데 한진 측에선 올해 2000억원만 부담할 수 있어, 나머지는 채권단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이 6000억원을 지원하면 대부분 다른 채권자들의 외상값을 갚는 데 쓰이는 만큼 지원 명분도 약하다는 얘기다. 

특히 6500억원 중 6000억원은 해외 용선주, 해외 항만하역업체 등 해외 채권자에 몰려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상거래채권이 3500억원이었는데 이달 26일 기준으로 6500억원까지 급증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건 기본적으로 한진에서 해법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혈세를 다루는 산은 입장에선 개별 기업의 외상 채권을 갚아주는데 돈을 투입하긴 어려워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 경영 정상화 발판 마련한 현대상선도 결정적 변수

한진해운의 신규 자금 지원은 앞서 경영 정상화 기반을 마련한 현대상선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같은 구조조정 방식을 적용했던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과 사재출연 등 채권단 지원 없이 자구노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양대 국적 선사 체제에서 현대상선이 회생의 길로 들어서면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충격이 덜할 수 있다는 인식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업계에선 향후 해운업계 전체적으로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이동걸 회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정상화가 무산되면 현대상선과 긴밀한 협력하에 신속히 대체선박 투입 등 한국발 수출물량 운송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상선에 대해 선대 개편, 영업네트워크 확충 등 중장기 경쟁력 방안을 마련해 우리나라 해운업의 역량을 책임있게 유지·발전시키겠다고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 팬오션과는 달라...회생이나 합병보다 파산 가능성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파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팬오션이 법정관리 후 회생한 사례가 있지만 사업 모델이 달라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단 해운 동맹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영업활동이 불가능하다. 정용석 부행장은 "팬오션은 벌크선사로 장기 운송계약이 체결돼 있어 법정관리로 채무조정을 해주고, 자금을 지원해주면 장기적으로 수익구조가 선순환으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 "하지만 컨테이너 사업은 다르다"고 말했다.

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국과 채권단에선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도 "현재까지는 합병을 전제로 한 어떤 시나리오도 없다"며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않는 상황에서 합병까지 생각하긴 어렵고, 다만 좋은 선택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