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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조양호만 바라보는 무능한 정부

  • 2016.09.05(월) 15:55

임종룡 "사회적 책임 갖고 지원안 내놔라" 촉구
압박 말곤 대책 전무‥여전히 안이한 대응 '도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물류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정부가 다급해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정의와 사회적 책임까지 내세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임 위원장은 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배에 실려 나간 물건을 안전하게 운반할 책임은 화주와의 계약 당사자인 한진해운에 있다"면서 "한진해운과 여전히 대주주인 한진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직후 임직원 편지를 통해 그룹 차원에서 재기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대목까지 언급했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물류대란에 대한 책임의 화살이 돌아오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초 임 위원장은 이날 정부 차원의 물류대란 대응책 발표를 의식한 듯 "오후에 세종시에서 발표하는 내용으로 대신한다"면서 별도 언급없이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러다가 잠시 후 "그런데 넘어가기 전에……"라고 운을 뗀 뒤 조 회장을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 임 위원장 "조양호 회장, 사회적 책임 다해라" 압박

발언의 요지는 물류대란의 1차 책임이 있는 한진그룹 측이 먼저 연체 해소 등을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산업은행이 어제 한진 측과 면담하면서 이런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하고, 한진 측의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채권단이 협의해서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논의 없이 채권단의 지원이나 정부의 보증을 논의하는 것은 사회 정의에도 맞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진 측에서 지원해야 할 금액을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애초 자구안을 통해 올해 중에 지원키로 했던 2000억원을 여러 차례 거론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 얘기도 있었던 만큼 책임 의식을 갖고 방안을 찾아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해운의 용선료, 항만 하역료, 유류대 등 연체 금액은 6500억원에 이른다.
임 위원장은 연체 해소를 위해 당장 필요한 금액에 대해선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체 금액 중 얼마나 해결해야 배를 정상화할 수 있는지, 우리 측 자산보전처리(스테이 오더)가 외국에서 얼마나 인정될지 또 항만별 혹은 하역 주체별 협의 결과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금액은 한진해운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연체료 6500억원에 배도 정부도 묶였다


어제(4일) 기준으로 한진해운 운항선박 128척 중 운항에 차질이 발생한 선박은 컨테이너선 61척, 벌크선 18척 등 총 79척에 이른다. 여기엔 약 30만개 정도의 컨테이너가 담겨있다. 이중 11%가 국내 화주 몫이다. 말 그대로 물류대란이다.

물류대란이 현실화하고, 기업(화주)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당국으로선 한진 측에 대한 압박 말고는 당장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나 채권단 입장에선 신규 자금을 지원할 명분도 찾기 쉽지 않다.

애초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지원을 거부한 이유 중 하나는 신규 지원 자금이 결국은 기업의 밀린 외상값을 갚는데 쓰일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다. 밀린 외상값은 6500억원에 이르는 연체금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혈세를 다루는 산은 입장에서 개별 기업의 외상 채권을 갚아주는데 돈을 투입하긴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금의 상황 역시 대주주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채권단이 먼저 나서긴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한진 역시 법정관리로 가닥을 잡은 지난달 31일 이후 닷새가 지나도록 어떤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사실상 손을 놓은 셈이어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허한 책임론과 압박만 있을 뿐이다. 

◇ 정부의 안이한 전망과 대처가 물류대란 초래

현재 물류대란의 핵심은 이미 배에 실려 나가 있는 화물의 처리 문제다. 임 위원장도 "앞으로 수출·입을 통해 물량들이 어떻게 실려나갈 것인지는 단기적으로는 부담과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론 해결이 가능하다"면서도 "문제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화물"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일 미국에 압류금지(스테이 오더) 신청을 했고, 이번주 중 캐나다 독일 영국 등 10여개 국가를 포함해 조속한 시일 내에 43개국 법원에 압류금지를 신청할 계획이다.

각 항만별로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현지대응팀을 구성해 상대국 정부 등과 협의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또한 알 수 없다. 

결국 법정관리 이후 상황에 대한 안이한 전망과 대처가 이같은 물류대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선주협회 등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연간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국과 산업은행은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임 위원장도 "한진해운 측이 대외적으로 정상적인 영업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선적 화주, 운항정보 등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고, 회사도 이에 대한 협조를 탐탁해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런 문제를 사전에 질서있게 할 수 없었고, 한계가 있었던게 사실"이라고 말해 사실상 당국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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