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거나 자유롭다. 궁상맞거나 화려하다. 독거노인, 무연사회, 고독사 등 그동안 암울하게만 그려졌던 '혼자'가 이젠 새로운 대세가 되고 있다. 더불어 살면서도 때로는 1인 라이프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두 시선 모두 '혼자'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혼자'는 다면적이며, 변화무쌍하다. 앞으로 1인 사회를 어떻게 맞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에 더하기 1이 될 수도, 빼기 1이 될 수도 있다. 1인 라이프가 빚어내는 다양한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편집자]
"나 OS와 데이트 중이야. 사랑에 빠졌어."
영화 '그녀(Her)'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컴퓨터 운영 체계(OS·Operating System)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의 이름은 사만다. 단순히 인간과 대화하는 능력을 넘어서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육체가 없다는 점만 빼면 인간과 다를 게 없는, 아니 어쩌면 더 매력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이 영화는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그린다. 영화의 큰 주제는 사랑이지만, 영화 곳곳에는 인간관계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인공 역시 아내와 헤어진 뒤 공허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인공지능과의 대화에 빠져든 경우다. 거리에는 수많은 이들이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적적함을 달랜다.
▲ 영화 '그녀(Her)' 스틸컷. (출처=네이버) |
◇ 싱글 라이프엔 '애완동물과 로봇'
미래 '1인 라이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영화 Her에서 그려지는 정신적인 사랑뿐 아니라 육체적인 사랑도 가능할지 모른다. 영국의 미래학자 이안 피어슨은 오는 2050년이면 로봇과의 성관계가 사람의 관계보다 더 일반적일 거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이미 현실에서 1인 라이프에 스며들고 있다. 가정용 로봇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일상적 대화나 끝말잇기를 할 수 있는 로봇이나 자기들끼리 수다를 떠는 로봇, '노인 도우미' 역할을 하는 로봇 등이 이미 출시됐거나 개발 중이다.
물론 이런 상상이 당장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가까운 미래에, 혹은 지금 1인 라이프를 돕고 있는 것은 로봇이 아닌 '동물'이다.
최근 국내에서 불고 있는 '애완동물' 열풍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반려동물 가구는 벌써 1000만을 넘어섰다. 2012년 9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 8100억원, 2020년에는 5조8100억원 규모로 급증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정부가 반려동물 관련업을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다.
◇ "주거 시장, 산업의 변화 등 주도할 것"
1인 라이프 관련 업종은 '미래의 유망 산업'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청소를 대신해주고 세탁이나 택배 수령 등을 돕는 집안일 대행 서비스, 매일 아침 간단한 반찬과 국, 과일 등을 배송해주는 서비스 등은 모두 1인 가구를 겨냥한 사업이다. 무인 전자경비 시스템,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등 혼자 사는 이들의 불안을 겨냥한 사업도 미래 유망 업종으로 꼽힌다.
이를 반영하듯 요즘 서점에선 '혼자'라는 키워드가 대세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 '혼자가 편한 사람들', '혼자의 발견' 등 수십 종의 책이 나와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저서에서 "혼자 있는 시간은 잘 활용하면 더없는 창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거기에서 인생의 갈림길이 나뉜다"고 강조했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히 가구 구조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소비 주체의 변화를 통해 주거시장, 산업의 변화 등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런 경제적 영향력 확대는 앞으로 정부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혼자여도 괜찮아'…고립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