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인터넷과 통신·유통·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이른바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출시된 지 1년을 넘어서고 있다. 초반만 해도 핀테크 열풍에다 '천송이 코트'로 대표되는 규제 완화, 대기업의 진출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경쟁이 격화되는듯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서비스 열기는 오래가지 못하고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알리페이 등 해외 서비스가 편리함과 실효성을 무기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해야 할 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아직 모바일 간편결제시장의 규모가 작다고 해도 강자중 하나는 역시 삼성페이다. 삼성페이 출시를 전후로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선을 보였고,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삼성페이는 나름의 성과도 올리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과 함께 저변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이슈에 휘말리면서 삼성페이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동통신사들의 간편결제 서비스도 좀처럼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결제서비스를 예고했던 LG전자도 아직 정확한 출시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 잘 나가던 삼성페이 '급정거'
지난 2015년 8월 정식으로 출시된 삼성페이는 현재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 스페인, 호주, 싱가포르, 푸에르토리코, 브라질 등 7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러시아 은행들과도 서비스 실시를 위한 협의가 진행중이다.
서비스 개시 1년만인 지난 8월 기준 삼성페이는 국내 누적 결제금액 2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된 온라인 결제서비스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며 약 5000억원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현금자동지급기(ATM), 멤버십, 교통카드 등 부가서비스를 위해 등록한 카드수는 1100만매를 넘어섰다.
해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350개 은행과 제휴를 확대하며 멤버십카드 기능을 추가했고, 100여개 브랜드에 대한 기프트카드 서비스도 가능하다. 앞으로도 미국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중국도 유니온페이, 알리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가입자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지 않고, 홈화면∙잠금화면 등에서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면 신용카드처럼 알리페이 결제용 QR코드가 바로 나타나는 방식이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나 멤버십카드를 미리 등록해두고 필요할 경우 지문인증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마그네틱(MST)방식과 NFC방식을 모두 지원해 국내의 경우 대부분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외 삼성페이 가입자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최근 갤럭시노트7 단종 이슈는 삼성페이 성장에 돌발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페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한정돼 있다. 갤럭시S6와 S7 시리즈, 갤럭시노트5, 그리고 최근 출시된 A시리즈 일부 모델 등이다. 주로 삼성전자 프리미엄 제품군에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들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야 삼성페이 서비스를 확대할 기반을 넓힐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갤럭시노트7 단종은 삼성페이 확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갤럭시노트7이 출시 초기 미국,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아쉬운 부분이다.
삼성전자가 밝힌대로 갤럭시노트7 단종의 영향은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는 내년 1분기말, 2분기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페이 역시 이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갤럭시노트7의 공백기간중 갤럭시S7이나 A시리즈 등이 얼마나 선전해줄 것이냐에 삼성페이 성장 여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페이 출시국가와 주요 실적.(8월 기준, 자료 : 삼성전자) |
◇ 후발주자들도 '제자리 걸음'
삼성전자 외에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SK텔레콤의 T페이, LG유플러스 페이나우, SK플래닛 시럽페이 등이다. 갤럭시노트7 공백으로 인해 삼성페이가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이들 서비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기도 어렵다.
이들 서비스는 단순한 가입자수 확보외에 이른바 충성고객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별도 앱을 통해 이용해야 하는 등 네이버나 카카오등 다른 영역에서 제공되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들과 비교해 차별점을 갖지 못한 결과다.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이용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다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많은 상황에서 소비자들 입장에서 굳이 특정 서비스만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결국 업체들의 경쟁만 더 치열해지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페이에 대응해 'LG페이'를 들고 나온 LG전자의 전망도 불확실한 상태다. LG전자는 직접회로(IC)칩을 내장한 '화이트 카드'라는 별도의 매체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다양한 카드정보를 스마트폰에 등록해 놓고, 실제 결제할때는 스마트폰이 아닌 화이트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LG전자는 아직 LG페이 출시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LG페이 출시를 공식화하고, 올해 들어선 KB국민은행과 제휴하는 등 작업을 구체화했지만 아직 서비스 개시 시점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V20 스마트폰 출시에서도 LG페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만큼 빨라야 내년 상반기 G5 후속모델과 함께 공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최근 쏟아지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등을 감안하면 LG전자가 무리해서 LG페이를 출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시점보다 늦춰진 만큼 출시에 따른 효과 역시 반감될 것이란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