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일 인수합병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화 9조원이 넘는 하만(Harman) 에 이어 16일에는 차세대 메세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뉴넷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후 삼성의 인수합병 전략은 달라졌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과거에는 자체 육성을 통해 사업을 키웠다면 지금은 과감한 인수를 통해 외형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이같은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 단숨에 전장부문 강자 부상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이같은 M&A 전략변화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신사업으로 육성중인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에서 단숨에 강자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를 위해 지불하는 금액은 80억 달러, 한화로는 9조원이 넘는다. 삼성은 물론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천문학적인 금액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하만 인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신의 한수'라는 표현을 내놓기도 했다.
하만은 미래산업으로 성장중인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 선두주자다. 커넥티드카, 카오디오, 서비스 등 하만이 가지고 있는 사업들은 지난해 450억 달러에서 2025년 1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만은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유명 해외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현대자동차, LG전자 등과도 거래를 맺고 있다.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 수주잔고는 240억 달러에 달하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AKG,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장 전장사업 외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TV, 스마트폰 등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포함한 기존 산업 자체가 융복합되고 있는 가운데 하만의 기술에 삼성전자가 가진 통신,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음성인식 등 첨단기술, 가전에서 쌓은 노하우 등이 접목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하만 인수와 관련 "완성차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한차원 높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TV와 스마트폰은 물론 VR, 웨어러블 등 각종 제품들에 하만의 음향기술과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달라진 행보, 보폭 넓어졌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주목받는 점은 그동안의 보여준 행보보다 보폭이 넓어지고,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다양한 인수합병을 성사시켜왔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반도체 등 핵심부품은 물론 스마트폰 및 가전 사업과 연관된 사물인터넷, 기업간거래(B2B) 등의 영역에 있는 기업들이 주된 대상이었다. 지난 2015년 인수한 루프페이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페이를 내놨고, 스마트싱스는 사물인터넷 기술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성사된 인수합병들은 새로운 분야에, 보다 빠른 속도로 진입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최근 북미 럭셔리 가전업체인 데이코 인수도 마찬가지다. 기존 삼성 브랜드를 키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기 보다 이미 시장에 진입한 업체를 인수해 단숨에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 9월 인수한 인공지능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도 비슷한 경우다. 삼성전자 역시 인공지능에 대한 개발을 진행해 왔지만 비브 랩스 인수를 통해 영역을 크게 넓힐 전망이다. 삼성은 비브 랩스가 가진 플랫폼을 통해 개방된 인공지능 생태계를 조성하고, 스마트폰과 가전 등 기존 사업을 활용해 이를 주도해 나간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번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가 진출을 선언한 전장분야에서 자리를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을 바라보는 자동차업계의 시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장사업 확대에 대해 삼성전자가 가진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에 진입하는 등 공식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선 만큼 의사결정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