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횡령, 국회에서의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6일 밝혔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지난 2015년 7월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에 대한 대가로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 측에 약 430억원대의 금전 지원을 한 것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특검은 삼성이 진행한 최씨의 독일 법인인 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2800만원 후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보고있다.
이미 삼성은 최씨의 독일의 유령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을 송금했다. 또 삼성전자 명의로 비타나V 등의 말을 구입해 최씨 측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 지난 12∼13일 22시간에 걸친 밤샘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사흘 만에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특검팀의 재벌 총수에 대한 첫 영장 청구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특검팀의 수사 과정에서 여러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여타 대기업들 총수들에 대해서도 잇따라 구속 영장이 청구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삼성측은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은 압박에 의한 것으로 오히려 피해자라는 논리를 펴왔다. 또 이 부회장은 사전에 이같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삼성측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삼성은 공식 논평을 통해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세간의 관심사였다. 특검팀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많은 고심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특검팀의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경제적 파장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죄질과 유사 사건 전례를 고려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지키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계 등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총수에 대해 구속 영장이 청구된 만큼 향후 사업 진행과 대외 신인도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상의는 "삼성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CEO를 구속수사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사법부가 사실과 법리 등을 잘 살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실 일이지만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도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 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됨은 물론, 기업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오는 18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