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 삼성이 위기를 맞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중인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그룹 경영이 혼돈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검은 삼성이 지원한 자금이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위한 대가고, 그 정점에 이 부회장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과 관련, 삼성의 현재 상황과 전망 등을 정리해본다.[편집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중장기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 더 나아가서는 산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만일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삼성이 받는 직접적인 충격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해외 정부나 주요거래선들과의 관계, 신규 거래선 개척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국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통해 삼성에 대한 신인도 하락 가능성 등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 불확실성만 커진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중국·일본과의 관계 악화 등 대외 변수들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은 삼성을 포함해 주요 기업들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시기가 아직 유동적이고, 탄핵이 이뤄진다고 해도 조기대선 등 국정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주요 기업들은 기존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등이 기존 제조업과 결합하며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은 물론 현대차 등 주요기업들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산업 전체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검은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횡령 금액을 430억원대로 판단하고, 미르·K재단에 출연한 금액도 포함시켰다. 만일 이 혐의가 받아들여진다면 재단에 출연한 나머지 기업들도 같은 잣대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재계 전체로 이슈가 확산되는 셈이다.
특히 삼성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 혐의가 적용되면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물론 해외사업에서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시행중인 해외부패방지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일 이 법이 적용된다면 벌금이나 공공사업 입찰제한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이 법을 들고 나온다면 삼성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재계, '걱정 반, 우려 반'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논평을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CEO를 구속수사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사법부가 사실과 법리 등을 잘 살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실 일이지만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하되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본연의 역할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며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경총은 "모든 의혹과 관련해 정당한 사법절차를 통해 잘잘못이 엄정하게 가려지기를 바란다"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이 또한 명확히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는 정치적 강요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특히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됨은 물론, 기업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구속수사로 이어진다면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의 국제신인도가 크게 추락해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