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효성그룹이 선장을 바꾸고 다시 출발한다.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효성을 이끌게 된 조현준 회장은 이제 효성의 새로운 50년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 조현준 효성 신임 회장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 기술 경영 토대 마련, 조석래 회장
효성을 설립한 만우 조홍제 회장은 국내 섬유산업 기반을 다진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효성의 섬유사업 시초인 동양나이론 공장은 당시 국내에선 처음으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우리 기술진이 주도해 건립됐다. 이를 통해 향후 자체설계를 통한 증설이 가능토록 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공정개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조홍제 회장은 동양폴리에스터와 동양염공, 토프론 등 화학섬유 관련 계열사를 설립하며 일관 생산체제를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효성의 섬유사업은 회사 전체 매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으로 성장했다.
조홍제 회장의 자녀 5남매 중 셋째로 회사를 물려받은 조석래 회장은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기업 미래는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력’을 강조하며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효성의 주력제품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신성장동력으로 평가 받는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등이 조석래 회장 지시로 연구·개발이 시작됐고 기술연구소를 통해 결실을 맺었다.
이와 함께 조석래 회장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1990년대 말부터 중국을 비롯해 터키와 베트남,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재 효성은 전 세계 34곳에 제조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 미래 준비해야 할 조현준
이 같은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효성은 지난해 창립 이후 최대 영업이익 9501억원을 기록했다. 아쉽게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에는 실패했지만 올해도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8013억원으로 4분기 이익이 작년 수준을 유지한다면, 1년 만에 영업이익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1조 클럽 가입도 가능한 상황이다.
효성의 상승세는 섬유와 산업자재, 중공업 등 전 사업 분야의 고른 성장세에 기인한다. 특히 섬유에선 스판덱스, 산업자재에선 타이어코드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그 동안 섬유PG장을 맡아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등 스판덱스 경쟁력을 강화해 실적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와 함께 무리한 저가수주로 그룹 내 골칫덩이였던 중공업 사업을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중공업PG는 섬유와 산업자재 못지않게 실적 성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조현상 사장 역시 산업자재PG장으로서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타이어 업체인 굿이어 공급계약 및 생산공장 인수 계약 등을 따내며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경영 일선에 나서는 두 형제에 대한 기대가 생기는 이유다.
업계에선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신성장동력 제품의 상용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조현준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로 보고 있다.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등이 대표적이다. 조석래 전 회장이 탄생 시킨 이 제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폴리케톤과 탄소섬유는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한 탓에 실제 이익에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기존 소재에 비해 강도와 내구성이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기존 사업자들이 장악한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효성이 지속적으로 두 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현준 회장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의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세계 1위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지속 성장을 위한 신소재는 자체 기술 개발 뿐 아니라 이를 상용화 하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효성이 얼마나 빨리 폴리케톤이나 탄소섬유의 상용화에 이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 비리와 세금 관련 소송 문제,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효성은 2013년 국세청 세무조사 및 검찰 고발로 조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조현준 회장은 횡령 혐의로 유죄를 받아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조석래 전 회장은 분식회계 및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지난 2013년 회사를 떠난 조현문 전 부사장은 자신을 변호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돼있어 최근 활동은 잠잠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현준 회장이 그 동안 회사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가족 간의 갈등 문제를 봉합하고 새롭게 출발 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