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이른바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며 시작된 가격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기세다.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는 한줄기 빛 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과연 이런 흐름은 얼마나 이어질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호황의 혜택을 얼마나 누리게 될까. 메모리반도체시장의 현재 상황과 전망, 향후 변수 등을 점검해본다.[편집자]
반도체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물인터넷 확산,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성장동력들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이 발전하면서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이들 새로운 산업의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대부분 가전들이 사물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상황이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자율주행 기능들이 부각되면서 각종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상태고, 해외기업 인수합병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 시작되면 한국기업들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 신성장동력이 뜬다
실제 일상생활에 사물인터넷이 적용되면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초 열린 CES에서 대부분 가전을 연결하고, 이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제어하는 기술들을 선보였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사물인터넷 시장이 2020년 1조7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사물인터넷 적용분야가 늘어나면서 그에 필요한 각종 반도체들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과거 PC와 스마트폰 비중이 높았던 D램 시장에서 서버용 제품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 역시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 역시 호재다. 보다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저장하기 위해선 과거보다 고사양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올해초 열린 CES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 기업들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제품들을 선보였다. |
자동차에 탑재되는 전자부품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최근 부상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능이 확산되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외에 그에 수반되는 메모리반도체 역시 보다 높은 사양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자동차 전장화로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라며 스마트카에 탑재되는 차량용 D램은 지난해 평균 2.6GB에서 2020년 27GB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량에 탑재되는 D램이 중저가 서버급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란 예상이다. 차량용 D램이 앞으로 PC나 서버와 같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설명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자율주행차 확산과 함께 탑재량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평균 6.2GB에서 2020년에는 84GB까지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 만큼 저장장치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 '반도체 굴기' 중국 변수는?
이처럼 반도체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제기되면서 향후 경쟁구도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중국의 동향이다. 이미 정부차원에서 반도체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은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한국기업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중국업체들의 신규 D램, 3D 낸드 라인에서 양산이 2018년 하반기부터 개시될 전망"이라며 "이미 착공에 들어간 푸젠의 투자는 2016년, XMC, 칭화유니그룹의 투자는 2017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업체들의 메모리반도체 설비투자는 2016년 5억 달러에서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55억 달러와 144억 달러로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업체들이 전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2%에서 2017년과 2018년 15%, 30%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만약 중국업체들의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2018년 하반기부터 공급 급증에 따라 업황부진과 치킨게임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중국업체들의 반도체사업 확대와 관련, 현재 추진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과 협력 성사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자금과 마이크론의 기술력이 결합될 경우 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만일 마이크론 연합군이 형성될 경우 2019년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점유율은 각각 26%와 22%에 달한다"며 "한국업체, 특히 SK하이닉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