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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의 몰락]①반도체 격변 시작됐다

  • 2017.03.07(화) 11:43

자본잠식 위기 도시바, 알짜사업 반도체 매각 돌입
삼성전자 대항마 급부상 기회..韓·美·中기업 '군침'

1875년 일본 도쿄 긴자에 설립한 전신기 생산 공장을 모태로 14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도시바가 벼랑끝 위기에 몰렸다. 2015년 대규모 분식회계로 충격을 안겨준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원전사업 부실 여파로 알짜사업인 반도체사업을 팔아야하는 처지에 빠졌다. 도시바에서 비롯된 반도체시장의 지형변화와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원인을 살펴봤다. [편집자]


도시바 발(發) 반도체 격변이 시작됐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사업의 대규모 손실로 자본잠식 위기에 빠지자 핵심사업인 반도체사업을 팔아 생존을 모색하기로 했다. 미국 원전사업은 파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시바를 지탱하는 양대축이 한꺼번에 무너질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관심은 도시바의 반도체사업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에 쏠려있다. 최대 25조원으로 추정되는 인수전에서 도시바를 삼키는 쪽이 삼성전자와 함께 낸드플래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다.


◇ 최대 20조원대 '대어(大魚)' 매물로

도시바는 내달 1일 반도체사업부문을 '도시바 메모리'로 분리하고, 이를 인수할 매수자를 상대로 이달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아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내년 3월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원래 도시바 메모리의 지분을 20% 밑으로 매각할 방침이었으나 매각이익 극대화를 위해 50% 이상 파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50% 이상 매각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현지언론은 도시바가 100% 지분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 경우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가격은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지분 100% 팔수도' 입장선회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분야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특성으로 인해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저장장치로 주로 이용된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시대의 도래로 대용량 서버에도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큰폭으로 늘어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1987년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가 도시바다. 하지만 2006년 원전사업 확대를 위해 인수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하면서 도시바는 주력사업인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도시바가 지분 20% 이하 매각에서 경영권을 포함한 50% 이상 매각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미국의 원전 자회사의 손실을 만회하려면 소규모 지분매각으로는 충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 韓·美·中 삼국지 예고

도시바의 반도체사업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순위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35.4%로 1위를 굳힌 가운데 도시바(19.6%), 웨스턴디지털(15.4%), 마이크론테크놀로지(11.9%), SK하이닉스(10.1%)가 각각 시장을 분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후발주자들이 도시바를 차지하면 삼성전자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지배력을 늘릴 수 있는 구도다.
  
현재 인수물망에 오르는 곳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애플과 중국계인 대만 훙하이그룹, TSMC 등이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 미국, 중국계 기업이 도시바라는 대어를 낚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도시바와 사업적으로 가까운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 눈에 띄는 하이닉스·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48.0%)에 이어 2위(25.2%)의 지위를 갖고 있지만 낸드플래시에선 세계 5위에 머물러있다. 따라서 도시바를 인수하면 취약한 낸드플래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삼성전자와 겨룰 수 있는 핵심적 위치에 오를 수 있다. 도시바와는 2007년 특허를 서로 공유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2015년에는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평가받는 웨스턴디지털은 자회사인 샌디스크를 통해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할 정도로 도시바와 훨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다. 도시바를 품에 안으면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단숨에 1~2위로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 이슈가 불거진 올해 초부터 일찌감치 유력한 인수후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인수해야할 지분이 늘어나면서 두 회사 모두 인수대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인수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훙하이의 급부상 "자신있다"

최근 급부상한 곳은 아이폰 위탁 생산으로 유명한 대만의 훙하이(폭스콘)그룹이다. 궈타이밍(郭臺銘) 훙하이 회장은 지난 1일 중국 광저우에서 신규 공장 착공식 후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에) 매우 자신 있으며 진지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한 훙하이가 도시바를 인수하면 부품조립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를 한지붕 아래에서 해결하며 삼성전자의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훙하이는 도시바 인수시 발생할 수 있는 독점금지법 적용대상에 비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각국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보호를 위해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간 인수합병에 까다로운 조건을 들이댄다. 그런 점에서 이미 반도체사업을 영위하는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에 비해 훙하이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차라리 미국으로? 애플說 '솔솔'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중국 기업에 자국의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꺼리는 일본 정부나 기업들의 반대를 감안할 때 훙하이그룹을 비롯한 중국계 기업이 최종적으로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을 거머쥘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않다. 일부에선 SK하이닉스와 훙하이그룹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대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자금부담을 덜고 독점금지법의 칼날을 어느정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홍하이그룹은 SK그룹 지주회사 SK(주)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매각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고용문제 등 일본내 여론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중순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와 원전사업은 일본의 성장전략에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바에 대한 지원의사를 표명한 것이자 설사 매각에 들어가도 국익을 침해할 여지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 대신 미국 기업, 그 중에서도 자금력이 뛰어난 애플과 같은 곳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애플은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낸드플래시의 대부분을 도시바와 SK하이닉스에서 공급받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이 182조원에 달해 인수 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애플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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