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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승연 2세 소유 한화S&C, 일감규제 회피 ‘속내’

  • 2017.06.22(목) 16:01

아들 3형제 지분 100%…SI부문 물적분할 통해 규제회피 시도
총수일가 지분은 전혀 손안대…지배구조는 여전히 무풍지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 3형제의 개인 소유회사 한화에스앤씨(S&C)가 물적분할을 통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사정권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시스템통합(SI) 사업부문만 똑 떼내 손쉽게 규제를 피하려 하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22일 "한화S&C의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한화S&C의 물적분할회사의 소유지분 일부를 외부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지분구조로 변화시키려는 첫 단계로 향후 추가적인 조치들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S&C는 시스템통합(SI) 업체로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25% 등 김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한 곳이다.   

 

 

특히 한화S&C는 2001년 3월 설립 이래 계열사들의 IT아웃소싱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별도기준 3640억원) 중 67.6%인 2460억원을 ㈜한화, 한화생명 등 계열들로부터 올렸다. 해외계열까지 포함하면 69.5%로 더 올라간다.

2015년 2월 본격 시행된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 20%)가 넘는 계열사가 다른 계열과 ▲연간 거래금액 200억원 ▲총매출의 12% ▲정상가격과의 거래조건의 차이 7% 이상 등 세 가지 중 단 하나만 해당되더라도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번 한화그룹의 구상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재계의 내부거래 조사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대표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한화S&C를 사정권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방법론 측면에서는 적잖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사업부문을 똑 떼내는 것만으로 손쉽게 족쇄를 벗어나는 데 있다.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식으로 회사를 쪼개는 것을 말한다. 존속법인의 기존 지분구조에는 전혀 변동이 없다. 

즉 한화S&C가 SI부문을 100% 자회사 형태로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하면 이것만으로도 일감몰아주기의 사정권에 벗어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만 규제대상으로 할 뿐 계열사를 통해 보유한 간접지분은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총수일가의 지분이 100%인 A회사가 있다고 하자. 이 회사가 사업부문을 별도 회사로 떼어내 100% 자회사(B)를 만들었다. 이 때 신설 자회사의 지분은 총수일가가 아닌 A회사에 속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총수일가는 A회사를 통해 B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도 단지 B회사에 대한 직접 지분이 없다는 이유로 규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물적분할 뒤 3형제는 한화S&C를 통해 한 다리 건너 SI 분할회사를 지배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화그룹이 한화S&C를 물적분할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각사마다 분할 이유가 달라 경영상 필요 때문인지 규제회피를 위한 것인지 파악해야한다"면서도 "일단 총수일가의 지분이 없어지면 규율대상에서 벗어나는 건 맞다"고 말했다.


물적분할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려는 배경에는 한화S&C가 그룹내 지배구조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S&C는 2010년 6월 한화에너지(옛 여수열병합발전)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한화 계열 지배구조의 핵으로 부상, 지금은 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한화큐셀코리아로 연결되는 석유화학·태양광 부문 주요 계열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는 상태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 3형제의 한화S&C 지분을 매각하면 한화S&C에 외부주주가 생겨 현 계열구조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질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경영권을 간섭받을 소지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심산이다.

대신 한화그룹은 신설 자회사에 대한 지분 49%를 외부에 매각할 예정이다. 그 뒤 자회사 상장을 통해 한화S&C의 지분을 더욱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감몰아주기의 수혜를 입는 신설자회사의 지분을 낮추면 결과적으로 총수일가에게 배당 등으로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비록 물적분할이라는 편법적인 방식을 동원했지만 총수일가만 혜택을 입는 게 아니라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를 만든 셈이다.

하지만 현행법의 허점을 파고들려는 한화그룹의 방식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총수일가의 간접지분은 규제대상에서 빠져있는 현행법의 한계를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입법취지 자체를 흔드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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