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칼날이 또 다시 국내 철강업계를 향하고 있다. 올 들어 냉연과 열연, 강관 등 주요 철강 제품에 연쇄적인 반덤핑 관세를 때린 데 이어 최근에는 무역확장법(232조)을 무기로 국내 철강사들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에 요즘 들어 시장 상황도 심상치 않다. 올 2분기 재무실적이 기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올 1분기 흡족했던 경영 성과의 여운은 온데 간데 없고 국내 철강사들에 웃음기가 싹 가셨다.
◇ 무역확장법 파장 초긴장 모드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 미국과의 철강재 교역을 통해 24억6177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22억6797만달러다. 미국 수출량의 경우는 작년 374만톤으로 전체 수출량의 12.1% 수준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철강재 교역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여파로 미국 상무부 등은 국내 주요 철강 제품에 대해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3월 포스코가 후판 제품에 11.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았다. 4월에는 현대제철(13.84%)과 넥스틸(24.92%), 세아제강(2.76%) 등이 유정용 강관에 관세 폭탄을 맞았다. 현재 국내 철강 제품 중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은 것은 스탠다드 강관과 냉연 및 열연 강판 등 14종류에 달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미국은 최근에는 무역확장법을 통해서 국내 철강사들을 옥죄고 있다.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는 수입 품목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와 수입제한을 단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미국의 철강재 수입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자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해당 조사를 지시했고, 미국 상무부가 수입산 철강 안보영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조치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미국 시장에서의 정책 불확실성 요인이 더해진 셈이다. 다만 지난 6월 중 발표 예정이던 조사결과는 미국 정부가 발표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없다고 밝히면서 안개 속에 빠진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또 다른 규제 불확실성이 추가된 점은 향후 수출 계획이나 해외 사업에 차질을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 올 들어 잘 나가던 실적도 멈칫
올 2분기 들어 글로벌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공급과잉 해소와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안정적인 영업환경으로 1분기 흡족할 만한 실적을 달성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여전히 전방산업인 조선업 등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데 더해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의 하락폭 이상으로 제품 가격이 떨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업황이 좋지 않은 철강제품 수요처들이 원료 가격 하락을 이유로 더 큰 폭의 제품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을 대략 9330억원(연결기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3개월 전 예측치보다 7.3% 가량 낮춘 것으로 올 1분기와 비교하면 31.7% 줄어든 수치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또한 철강 업황이 좋지 않았던 작년 2분기 보다도 각각 7%, 18.4% 낮은 4018억원과 960억원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다.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업황 부진으로 해외 철강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이 실적 성장의 발목을 잡아챘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제철도 주요 매출처인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 급감이 중국 내 스틸서비스센터 공급량 축소로 이어져 기대 이하의 실적에 머무렀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