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추진중인 7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놓고 직원들이 징글징글하게 느낄 법 하다. 2010년 이후 연례행사처럼 해온 증자에 적잖은 자금을 집어넣었지만 변변한 차익실현 기회 한 번 못잡고 원금만 적잖이 까먹고 있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진행 중인 6940억원(발행주식 1억2000만주·예비발행가 5780원)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배정된 규모는 10.4%(1240만주)다. 금액으로는 719억원으로 1인당 5660만원(6월말 직원수 1271명 기준)꼴이다.
현대상선이 2010년 이후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은 총 4차례다.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장기불황으로 재무구조가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걷자 연쇄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섰던 것.
당시 우리사주조합도 네 차례 모두 빠짐없이 참여했다. 게다가 우선배정분 20%를 100% 소화했다. 금액으로는 도합 1830억원에 달한다.
반면 이 기간 현대상선 주가는 2010년 해운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온 탓에 신통할 리 없었다.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로인해 청약후 1년간 매각 제한 기간 동안 청약가에도 못미치는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우리사주로서는 차익실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해왔다. 수익은 커녕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가까운 예로 2015년 3월 2370억원 유상증자 때도 마찬가지다.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주당 6780원에 신주 3500만주를 발행한 당시 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된 몫은 20%(700만주)로 금액으로는 475억원이다.
직원 1인당(2014년 12월 말 직원수 1296명 기준)으로 보면 3660만원 꼴이다. 우리사주 소유지분이 한 때 5.2%(2015년 3월 말 1140만주)까지 불어났던 것은 증자 당시 청약에서 비롯된다.
반면 증자 후 1년이 지나 우리사주 주식이 매각제한이 풀린 작년 3월 무렵 현대상선 주가는 2000원을 갓 넘는 수준이었다. 청약가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난 것.
이뿐만 아니다. 작년 4월 현대상선은 결손금 보전 및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주주 소유주식 7주를 1주로 합치는 85.7%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감자 이후 현대상선 주가는 기껏 올라봐야 1만8450원(2016년 6월7일) 정도였을 뿐 지금은 6880원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가령 2015년 3월 증자 당시 5000주(3390만원)를 청약한 직원이라면 현재 소유주식은 715주(7대 1 무상감자 반영)다. 현 주식가치는 492만원이 고작이다. 원금의 7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현대상선 7대 1 감자후 우리사주 전체 소유주식은 122만주(2016년 6월 말). 1년 뒤인 지난 6월 말은 118만주다. 보유주식에 별다는 차이가 없는 것은 현대상선 직원들이 대부분 막대한 손실을 보며 줄곧 보유 중이라는 방증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놓고 이래저래 머리를 싸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