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추진 중인 유상증자가 ‘액면발행’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발행가 확정을 10일가량 앞두고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발행할 주식은 현 발행주식의 61.9%인 1억2000만주다. 발행금액은 다음달 1일 주당발행가격이 확정되면 결정된다.
최종발행가는 각각 신주배정기준일(11월3일)과 주주청약일(12월6일) 전(前) 3거래일을 기준으로 한 기준주가에 할인율 20%를 적용해 산출한 1, 2차 발행가 중 낮은 값으로 정해진다.
현재 1차발행가는 결정된 상태로 주당 5180원이다. 지난달 13일 증자 이사회 결의 당시 예비발행가 5780원 보다 10.4%(600원) 낮아진 가격이다. 이에 따라 당초 6940억원이던 발행예정금액은 6220억원으로 720억원 줄어든 상태다.
현 추세대로라면 발행금액은 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증자 추진 이후 주가 흐름이 변변한 반등 한 번 없이 줄곧 신통치 않아 이대로라면 최종발행가격이 액면가(5000원)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자 결의 직전 8040원하던 현대상선 주가는 현재 5920원(11월2일 권리락 포함 20일 종가)으로까지 무려 26.4%(2120원) 하락한 상태다. 이 기간 영업적자 폭을 대폭 줄인 3분기 재무실적을 보여줬지만 주가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현대상선은 2011년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장기 불황으로 2016년까지 많게는 8334억원, 적게는 2535억원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2590억원)까지 합하면 6년6개월간 적자금액이 2조89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3분기에는 295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1분기(1310억원), 2분기(1280억원)의 4분의 1이 채 안된다.
현 주가를 기준주가로 해서 2차발행가를 산정해 보면 4740원. 다만 이 경우 확정발행가는 액면가인 5000원이다. 1·2차 발행가 중 낮은 값은 4740원이지만 확정발행가격이 액면가 이하일 때는 액면가를 발행가로 정해야 한다.
액면 미달 증자를 하기 위해서는 상법에 따라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출석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가 있어야 하는데 현대상선은 이런 절차 없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면분할이 현실화되면 당초 7000억원에 가깝던 모집금액은 6000억원으로 936억원 감소한다. 여기에 청약(우리사주 및 주주 12월6~7일, 실권주 일반공모 8일) 직전 주식시세가 오르면 다행이지만 과도하게 떨어졌을 때는 최종발행가가 할인율 효과를 상쇄시켜버림으로써 대량 실권 발생 가능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찮다. ☞ [현대상선 증자]③‘액면발행’ 조짐…‘딥빡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