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7000억원에 달하는 자본 수혈에 나선다. 올 들어 1조원에 가까운 순익적자로 인해 결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 또 다시 자본금을 까먹고 있는 것도 자본 확충의 한 이유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13일 이사회에서 694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 키로 했다.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증자는 작년 10월 현대그룹에서 공식 계열분리된 뒤 한국산업은행 중심의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주주 대상 유상증자다.
주당 5780원(예정발행가)에 1억20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증자비율은 62.0%다. 모집주식 중 10.4%(1240만주·719억원)는 우리사주조합 몫이다. 이외 89.6%(1억760만주·6220억원)는 주주 보유주식 1주당 0.56주 비율로 배정한다. 실권주는 일반공모를 실시하고, 일반공모에서도 청약미달 주식이 발생하면 대표주관회사(한국투자증권·KB증권)이 인수한다.
다음달 3일을 신주배정기준일로 해서 12월6~7일 우리사주와 주주 청약이 동시에 실시된다. 이어 11~12일 실권주 일반공모가 진행되고 14일 청약자금 납입을 거쳐 증자를 마무리짓는 일정이다.
현대상선은 유상증자 자금을 4000억원은 선박 및 국내외 항만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외 2940억원은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과 연료비 및 용선료 지급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중장기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유동성 확보 목적 외에 재무구조 개선에도 이번 증자의 방점이 찍혀있다.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 영업손실(연결기준) 2590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적자 흐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상선은 2011년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장기 불황으로 2016년까지 많게는 8334억원, 적게는 2535억원 매년 예외없이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까지 합하면 6년6개월간 적자금액이 2조89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특히 올 1~6월 순손실은 9080억원에 달한다. 영업손실에다 컨테이너 매각 관련 매각예정자산손상차손(4795억원)이 더해진 탓이다. 이에 따라 작년 말 1조4900억원이던 결손금은 올 6월 말 2조4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결손금 확대는 또 다시 자본잠식으로 이어졌다. 6월 현재 자본금(9680억원) 중 2670억원을 까먹어 자본잠식률이 28.0%에 달하고 있는 것. 부채비율도 작년 말 349%에서 387%로 확대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 말을 기준으로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현대상선은 2015년 말 자본잠식률 79.8%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후 2016년 말 이를 해소하면서 관리종목에서 해제된 바 있다.
해운업의 특성상 수송의 정확성 및 안정성이 가장 중요시되는 까닭에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해 평판이 훼손된다. 게다가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금융기관의 차입금 만기 연장 거부 및 상환 압박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와 직면할 개연성이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6940억원이 확충될 경우 자본잠식률은 6월 말 기준으로 11.3%(자본금 1조5700억원·자본총계 1조3900억원)으로 낮아진다. 물론 하반기 때 순익적자를 내지 않아 결손금이 더 이상 불어나지 않았을 때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