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펄프 가격이 고공행진을 그리고 있다. 국제평균가격이 1년 전에 비해 40% 넘게 오르고 있는 것. 이로 인해 국내 제지 업체 수익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31일 기준 펄프 국제평균가격(BHKP기준)은 톤당 923.82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말보다 40.8% 오른 것으로 작년 후반부터 현재까지 줄곧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지 업계는 최근 2~3년 사이에 펄프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작년 가을부터 이례적으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포장지 수요가 늘어난 것을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포장지는 고지(古紙)를 원자재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북미 지역 포장지 제조 업체들이 전자상거래 업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포장지에 산업용지를 함께 사용하면서 펄프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테이티스타(Statista)는 전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B2C기준)는 지난해 1조8590억달러(약 2073조원)에서 2020년 3조8790억달러(약 4326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을 통한 전자상거래 거래가 확대될수록 펄프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는 펄프 공급을 압박하는 환경 요소가 더해져 가격 급등 추세가 더 명확해졌다. 북미 지역 내 주요 펄프 생산지역인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콜롬비아주(州) 산악지대에서 지난 8월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 펄프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고 세계 3위 펄프 제조업체인 브라질 셀루로즈사가 지난 9월 사고로 일정기간 생산을 중단하면서 수급이 불안정해진 탓이다.
이런 펄프 가격 급등 추세는 제지업체의 수익성으로 직결되고 있다. 펄프 공급을 100%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한솔제지가 대표적인 예다. 올 3분기 매출은 4532억원으로 2015년 초 한솔제지(현 한솔홀딩스)에서 분할 신설된 후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2.5% 급감한 151억원에 그쳤다.
김철환 경상대학교 교수는 "2007년 이후 꾸준히 수요를 늘려가는 산업용지에 비해 인쇄용지 수요는 바닥을 쳤다"며 "제지기업은 시장 생존을 위해서라도 산업용지와 포장용지 쪽으로 생산 플랫폼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