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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나와라! 가제트 전화" 진짜 나온다

  • 2018.01.26(금) 08:42

손가락 귀에 대면 통화가능…올해 상반기 출시예정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앞으론 홍채인식도 대체"

1980년대에 나온 애니메이션 주인공 가제트 형사는 그에게 지령을 내리는 큄비 반장과 통화할 때 전화기를 쓰지 않는다. 엄지와 약지를 펴면 그게 곧 전화기다. 만화영화에 나온 이 장면이 현실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최초의 스핀오프 기업인 이놈들연구소가 개발한 기술 덕분이다.

이놈들연구소는 손가락을 귀에 대면 상대방과 통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손가락 끝의 진동을 귀 앞에 톡 튀어나온 부위(귀구슬·tragus)에 전달해 음성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내가 말하는 소리는 손목에 찬 시곗줄(제품명 '시그널')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애플워치나 갤럭시기어 등 스마트워치와 비슷하지만 이 시곗줄에는 '인체전도유닛(BCU)'이라는 특별한 부품이 들어있다. 음성신호를 진동으로 바꿔 전달하는 장치다.

손가락 통화 기술로 이놈들연구소는 2016년 12월 특허청으로부터 특허기술상을 받았다. 지난 16일에는 최현철(36) 이놈들연구소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인 및 소상공인 만찬에 참석했다.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시회인 'CES 2018'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이다.

 

▲ 이놈들연구소는 2015년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한 기업이다. 손가락으로 통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올해로 서른 여섯살이다.

 

"급하게 가느라 명함을 챙기지 못했다. 여러 사람들과 인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양재근린공원 인근에 있는 이놈들연구소에서 만난 최 대표는 청와대 만찬의 에피소드를 이 같이 전했다. 그는 청와대가 질문이나 건의사항을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접 얘기할 수 있게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판교 창조경제밸리 얘기를 했다. 이곳 양재동은 연구소가 있는 곳이고, 본사는 창조경제밸리에 있다. 연구소도 그쪽으로 옮기고 싶은데 직원들 반대가 심하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쉽지 않고 차를 끌고 다니고 싶어도 주차비가 월 40만원이나 되니 감당할 수가 없는 거다. 우리 회사도 창조경제밸리로 옮기고 직원 두 명이 퇴사했다."

최 대표가 창업을 한 건 3년 전이다. 삼성전자 DMC연구소(현 삼성 리서치)에서 근무하던 그는 신체를 통해 음성신호가 전달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에 도전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동료 5명과 함께 1년여의 노력 끝에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그는 2015년 9월 이놈들연구소를 설립하고 삼성에서 독립했다. 현재 최 대표를 포함해 15명이 이놈들연구소에 몸담고 있다.


-안정된 직장을 떠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회사를 나온 뒤 줄곧 마통(마이너스 통장) 생활이다. 얼마전에는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금리가 낮다고 해서 계좌를 개설하려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고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직원들은 되는데 그 회사 CEO는 안되더라. 그만큼 창업이라는게 어렵구나라는 걸 느낀다. 하지만 얻는 게 많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면 대통령을 옆에서 직접 볼 기회가 있었겠나.(웃음) 제품개발, 마케팅, 물류, 세무, 법률 등 다방면에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다."

-손가락으로 통화를 한다는 게 신기하다. 원리를 설명해달라.

"귀구슬을 누르면 그 안에 공기가 갇힌다. 그 공기가 손끝의 진동을 받아 소리를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나와있는 스마트워치는 스피커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통화내용이 주위에 들려 민망할 때가 많다. 반면 시그널을 쓰면 자신에게만 소리가 들려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 스마트워치 사용자가 늘수록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봤다."

-제품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아직 정식으로 출시된 건 아니다. 현재는 데모 버전(시제품)이고, 전세계 약 60개국에서 테스트 중이다. 웨어러블 시장이 크고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한 북미와 중국, 유럽, 일본에서 제품 출시 요구가 많다. 올해 상반기 안에 이들 국가에 먼저 들어가게 될 것 같다. 한국에선 하반기 판매를 계획 중이다.

앞서 킥스타터와 인디고고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220만달러(약 24억원)를 모금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아마 상위 100위 안에 들어갈 거다. 후원자들에게는 보답으로 제품을 배송해줘야 한다. 수량으로는 1만5000개 가량인데, 선주문을 받은 것과 비슷하다."

▲ 이놈들연구소는 올해 상반기 손가락으로 통화할 수 있는 '시그널'(사진)을 정식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손목에 차고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을 귀구슬에 대면 진동으로 전해지는 상대방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주요 기능은 시곗줄에 내장돼있다. 실리콘 재질로 만든 두께 7㎜ 줄안에 배터리와 각종 부품이 들어간다.

 

시그널은 정식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제품이지만 우여곡절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놈들연구소는 지난해 2월 후원자들에게 첫 제품을 보내줄 예정이었는데 이 일정이 1년 가까이 미뤄졌다. 부품제작을 맡은 파트너사가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전체 일정이 꼬인 탓이다. 이 때문에 킥스타터 홈페이지에는 불만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와 있다.

최 대표는 "제품개발이 처음이다보니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기다려준 후원자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사실 가장 속이 탄 사람은 최 대표다. 이놈들연구소를 창업한 뒤 자신이 살던 아파트도 팔았다. 사업자금에 대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월급쟁이 생활에 만족했다면 겪지 않았을 일을 굳이 사서 하고 있는 셈이다.

-창업을 해보니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처음엔 제품개발을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이 사람들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비전과 회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게 내 역할이었던 거다. 삼성에서 스핀오프했던 분들과도 종종 만나 이런 고민을 나눈다. 당시 솔티드벤처와 스왈라비도 같이 독립했는데 고민들이 비슷하다. 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지, 재정문제와 관련한 답답함 등 직원들에게 터놓기 쉽지 않은 것들이 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조언을 해준다면.

"창업의 길에 곧바로 나서는 걸 권하지는 않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제품화하고 유통시키는 경험을 미리 쌓아두는 게 좋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적당하다. 대기업은 특정분야의 전문가는 될 수 있어도 폭넓은 경험을 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하나는 초기자본이다. 몇년간 회사를 다니면 창업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할 수도 있고…. 창업은 아이템이 아니다. 사람이고 프로세서다. 시간과 인생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놈들연구소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우리는 진동에 특화된 회사다. 손가락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1세대 기술이라면, 2세대는 손가락으로 데이터를 전송해 사물과 연결하는 기술, 3세대는 지문인식이나 홍채인식을 대신하는 기술로 발전시킬 것이다. 현재 3가지 모두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사람은 골밀도와 혈류량, 피부두께가 다 다르다. 이 때문에 각 개인은 손가락 끝에서 고유의 주파수를 만들어낸다. 손잡이만 잡으면 누가 주인인지 알아서 자동차 문이 열리고, 지문이나 홍채 인식 없이도 스마트폰을 잠그거나 풀 수 있는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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