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이재용의 꿈, 이미 시작됐다

  • 2018.02.05(월) 18:16

[삼성 이재용 항소심 선고]
총수 공백 1년, 드디어 마침표
추락한 신뢰, 정상궤도 올리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삼성 내부는 안도의 기류가 흘렀다. 재판부가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삼성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약 1년에 걸친 총수 공백사태에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언급을 삼가고 있다. 앞으로 이 부회장의 행동반경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 '선장 없는 배'로 1년 표류

이 부회장은 구속 수감된지 정확히 353일만에 풀려났다. 뇌물·횡령·국외재산도피 등 혐의사실만 5개에 달했던 그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는 등 정경유착의 주범이라는 낙인 속에 1년 가까운 시간을 구치소에 보냈다.

항소심 재판부가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을 때까지 삼성 수뇌부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역대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순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주요 현안을 결정할 사람이 없다는 건 나침반 없이 바다를 건너는 모험과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삼성을 '선장 없는 배'로 비유했다.

실제 이 부회장 수감 이후 자동차 전장기업인 '하만' 인수와 같은 대형 인수합병(M&A)이나 투자는 자취를 감췄다. 삼성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체 육성 전략에 주로 의존해왔는데 이를 바꾼 게 이 부회장이다. 그는 2016년 10월 삼성전자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만의 경영색깔을 내려고 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발목이 잡혀 반년도 안돼 꿈을 접었다.

◇ 막막함 속에서 찾은 교훈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실타래가 꼬여도 너무 복잡하게 엉망으로 꼬였다"며 자신의 답답한 처지를 이 같이 드러냈다. '막막하다', '엉망으로 꼬였다'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그의 진술을 보면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그리고 사회에서 접하지 못한 사람들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혜택을 누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재계 1위 총수로서 사회적 책임에 눈을 떴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자성을 바탕으로 신뢰회복에 나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 수감 중 시작된 변화

큰 틀에서 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면서 자사주를 소각하고, 최근 50대 1의 액면분할을 단행한 것 등을 두고 이미 삼성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사주를 활용해 계열사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편한 방식'을 버린 게 전자라며, 후자는 소수의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아닌 다수의 소액주주들에게 배당 등의 혜택을 돌려준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부(富)를 총수 일가가 독점한다는 따가운 비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주사 계획을 접고 액면분할을 단행하는 과정은 모두 이 부회장의 동의 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 내부 추스리기부터…'제3의 창업' 이어질까

다만 이 부회장이 당장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어 대외적인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총수 공백 사태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삼성 임직원들에게는 위안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수감 전까지 신사업 발굴과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에 힘을 쏟았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삼성의 브랜드 순위가 추락하는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나타났지만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이 부회장이 우선 조직 내부분위기를 추스리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부에서는 내달 삼성 창립 80주년을 맞아 '제3의 창업'을 선언하며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제 실력과 노력으로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선대 회장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 홀로서기하는 기업인으로서의 꿈을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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