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개사에 대해 가격 담합 등 반독점 위반 조사에 착수, 막강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반도체가 한국의 중국 최대 수출품인 점을 고려하면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 산하 반독점국은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圳)에 위치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사무실을 예고 없이 찾아 조사를 벌였다. 3개사는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을 각각 95.2%·59.0%(2017년 매출 기준) 차지한다.
중국 반독점 당국이 글로벌 반도체 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 것은 올 3월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반독점국은 올해 중국 양회 이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가격조사국, 상무부 반독점국, 공상총국 반독점국 등을 합쳐 만든 시장감독기구다.
조사 내용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가격 담합 등에 의해 초래됐는지, 반도체 공급 부족을 악용한 끼워팔기와 같은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대한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불만 해소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D램 가격 급등과 공급부족으로 중국 스마트폰·PC 제조업체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로벌 D램 가격은 2016년부터 고공비행 중이다. D램 PC용 표준 제품인 4기가비트(Gb) D램 가격은 2016년 6월 1.31달러에 머물렀으나 이후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올해 5월 3.94달러도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아울러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 굴기(堀起)’를 위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견제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은 2015년을 시작으로 10년간 1조 위안(약 170조 원)을 쏟아 붓는 ‘반도체 굴기’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3개사의 담합 행위가 있다고 판단되면 2017년 판매액 기준으로 과징금이 4억4000만달러~44억달러에 이른 것이란 전망이다. 2016년 이후로는 8억달러~8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담합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서버 및 모바일 DRAM 수요 강세와 신공정의 낮은 수율에 따른 제한적 공급 증가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 중국 당국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공식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마이크론도 성명을 내고 “이번 조사는 관례적인 것으로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