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가(家)의 ‘아웃사이더’ 허정수(68) GS네오텍 회장이 마침내 ‘가업 세습’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한 뿌리’ LG에서 분가(分家)한 이후 ‘마이웨이(My way)’로 키워온 지 20년만이다. 1%로 안되는 부자(父子)간 지분 이동에 대물림의 실마리가 들어있다.
낯선 이름이다.
GS 소속 GS네오텍 주주명부에 떡하니 허철홍(39) GS칼텍스 상무과 허두홍(36)씨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소유지분은 각각 0.475%(1만9000주)다. GS네오텍 오너 허정수 회장의 두 아들이다.
의미는 각별하다. 1%도 안되는 지분이지만 ‘애걔~’ 할 게 못된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GS네오텍 주주는 허 회장 단 1인이었다. 이랬던 허 회장이 올 들어 0.95%(3만8000주)를 두 아들에게 내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유?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지분을 넘겨줬는데, 뭔 이유가 있겠나. 가업 승계다. GS네오텍이 가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허정수 회장이 오롯이 혼자 키워온 때문이다.
LG ‘구(具)’씨와 공동창업한 ‘허(許)’씨 집안이 LG에서 계열분리한 것은 2004년 7월이다. ‘구인회·허만정’ 공동창업주를 시작으로 ‘구자경-허준구’, ‘구본무-허창수’로 3대에 걸친 57년간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이보다 훨씬 앞서 LG에서 떨어져나온 허씨 집안 사람이 있다. 허창수(70) GS 회장의 바로아랫동생 허정수 회장이다.
허정수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금성사(현 LG전자)에서 부장·이사·상무를 지냈다. 1995년 12월 전무로 승진하며 LG기공으로 옮긴 뒤로는 부사장·대표이사 사장을 거치며 LG기공을 사실상 독자경영했다. 1999년 5월에는 자신이 지분 100%를 소유한 LG기공을 가지고 LG에서 독립했다.
GS가 LG에서 공식 계열분리되자 허 회장의 LG기공은 다시 허씨 집안의 GS 계열로 편입됐다. 1974년 7월 금성통신공사로 설립된 뒤 1995년 1월 LG기공을 거쳐 2005년 3월 현 GS네오텍으로 간판을 교체한 것도 당시 계열 편입에 의한 것이다.
GS와 ‘한 지붕 생활’을 하게 됐지만 허정수 회장은 에너지·건설·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GS 본체 경영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고(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창·정·진·명·태’ 5형제 중 유일하다.
때가 됐다.
허정수 회장이 GS네오텍을 공들여 키운 지도 벌써 20여년이니 이젠 물려줄 때도 되긴 했다. 사실 허 회장은 GS네오텍 경영에서 차츰 손을 떼왔던 게 사실이다. 2004년 말 이후 대표 자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왔다. 2013년 6월에는 등기임원직마저 내려놓고 후선으로 물러나 있는 상태다.
마침 장남 허철홍 상무가 작년 말 임원에 올라 GS가 4세 경영자로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하는 와중이고 보면 대물림을 시작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허 상무는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다. 2009년 ㈜GS에 입사해 전략·기획·지원 등의 업무를 경험했다. 작년 11월 (주)GS 경영지원팀 부장에서 GS칼텍스 상무로 승진했다. ‘홍(烘)’자 돌림의 GS가 4세들 중 허세홍 GS글로벌 대표,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서홍 GS에너지 상무에 이어 5번째로 임원이다.
현재 GS칼텍스 경영개선부문장을 맡고 있다. 또 이노폴리텍·상지해운·GS바이오·GS에코메탈 등 GS칼텍스 4개 자회사의 이사진(비상무이사)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허 상무는 앞서 작년 3월 GS네오텍 감사 자리에 앉았다. 오너 부재의 GS네오텍 등기임원진에 부친을 대신해 이름을 올렸다. 어찌보면 최근의 지분 대물림은 예고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GS네오텍은 플랜트, 에너지, 가전, 정보통신, IT 등의 다양한 부문에서 설계·시공·운영 사업을 한다. 지난해 말 총자산은 2870억원이다. 작년 매출 5360억원에 영업이익과 순익이 각각 154억원, 124억원에 이를 정도로 견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