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간 그룹 총수가 맡아오던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내려놨다.
▲ 구광모(사진) LG그룹 회장이 LG그룹 4개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맡지 않기로 했다. |
LG연암문화재단, LG연암학원,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등 LG그룹의 4개 공익재단은 이문호(76) 전 연암대학교 총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신임 이 이사장은 1966년 LG화학에 입사 후 LG 회장실 사장과 인화원장에 이어 LG연암학원이 운영하는 연암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원로경영자다. 이번에 고(故) 구본무 회장에 이어 LG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게됐다.
이 이사장 선임은 그간 총수 일가가 주요 공익재단을 자신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뒀던 점에 비춰볼 때 드문 사례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핵심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두 재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이가 삼성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롯데지주의 지분 총 4.1%를 보유한 롯데재단도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씨가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LG그룹도 고 구인회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회장은 LG연암문화재단을 비롯해 각 공익재단의 이사장을 맡았으나 4세 경영인인 구 회장은 이 같은 관행을 깼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은 상당기간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직접 이사장을 맡지는 않았지만 선대회장이 우리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설립한 공익재단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속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문호(사진) 전 연암대학교 총장이 30일 LG연암문화재단, LG연암학원,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
이번 결정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 규제조치를 검토하는 가운데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공정위 자문기구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임원선임·정관변경·합병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일정 지분율 내에서 의결권을 허용토록 권고했다.
따라서 공정위가 본격적인 공익재단 힘빼기에 나서기에 앞서 LG그룹이 먼저 구 회장과 LG공익재단간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은 LG그룹 지주회사인 ㈜LG 지분 총 2.5%를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의 지분율이 6.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무시못할 위치에 서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