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형 QLED TV 신모델은) 검은색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삼성전자
"(OLED TV는) 화면 사이즈에 상관없이 완벽한 검은색을 표현한다."-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화면에서 누가 더 짙은 검은색을 표현하느냐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소위 말하는 '블랙감', 곧 검은색 표현력을 자사 프리미엄 TV의 강점으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 블랙감이란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하길래 두 회사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명암비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명암비는 밝은 영상은 밝게, 어두운 영상은 어둡게 구현하는 비율입니다. TV 사양을 보면 명암비가 나오는데요, 이 비율이 10000:1이라면 아주 밝은 색과 가장 어두운 색까지 10000단계의 명암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즉 검은색을 진하게 나타내면 더 어두운 색까지 표현할 수 있어 TV 명암비도 높아지겠죠?
위의 사진을 예로 들어보죠. 왼쪽은 명암비가 낮은 화면으로, 건물과 하늘의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오른쪽은 명암비가 높아 그늘진 건물의 검은색을 더 강하게 표현하며 사물이 더 확실히 보입니다. 명암비가 왜 중요한지 감이 오시나요?
화질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로 해상도가 있습니다. 세계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IFA 2018'에서 삼성전자, LG전자는 8K 해상도(7680X4320) TV를 선보였는데요. 해상도는 화면을 구성하는 화소수(픽셀)가 얼마나 촘촘히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8K 해상도는 4K로 불리는 초고화질(UHD·3840X2160) TV에 비해 화소수가 4배가 많습니다.
TV 화면을 보다 보면 사물 외곽이 매끄럽지 못한 '계단 현상'을 볼 수 있는데요. 화소수가 촘촘하면 이 현상이 위 오른쪽 이미지와 같이 덜합니다.
그런데 이 해상도 차이는 화면 크기가 작으면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8K 해상도가 4K로 불리는 초고화질(UHD) TV에 비해 화소수가 4배 많지만 '이건 8K, 저건 4K' 식으로 눈으로 가려내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얘깁니다. 이미 제한된 화면에 충분히 많은 화소를 넣었는데, 더 넣는다고 달라질 게 있냐는 거죠. 크기가 작은 화면에선 말입니다.
▲ LG전자가 공개한 8K OLED TV /사진=LG전자 |
결국 화소수보다 검은색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선 검은색 표현력에서 OLED TV가 QLED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내리곤 합니다. 구조적 차이 때문인데요.
OLED는 화소 하나하나가 자체 발광합니다. 화소를 아예 꺼버리면 검은색을 완전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추가되겠죠. 그만큼 명암비가 더 풍부해집니다.
▲ 삼성전자가 공개한 8K OLED TV /사진=삼성전자 |
반면 QLED TV는 화소가 자체 발광하지 않고, LCD와 같이 백라이트라는 곳에서 빛을 뿜어 화면에 내보냅니다. 검은색을 표현하려고 액정이 빛을 막는데, 빛이 일정부분 새어나와 완전한 검은색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명암비에서 OLED TV에 다소 밀릴 수 밖에 없죠.
이를 두고 화소를 완전히 끈 것(OLED TV)과 전등불을 막아 검은색을 구현한 것(QLED TV)의 차이로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블랙감을 높이기 위해 제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2018년형 QLED TV 패널에 '퀀텀블랙필터'를 부착해 빛샘 현상을 줄이는 등의 노력 중입니다.
사소해보이지만 자존심을 건, 그러면서도 기술발전에 매진하는 가전업계의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화소가 매우 작아 더 세밀하게 화면을 표현하고 자체 발광까지 하는 마이크로 LED TV와 8K 해상도를 탑재한 대형 TV가 속속 공개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 진한 검은색을 두고 TV업체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