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IFA 2018'이 열렸습니다. 올해로 58회째를 맞은 이 행사에는 전세계 50여개국, 1800개 기업이 전시에 참가했습니다. 관람객만 24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하네요. IFA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와 함께 가전업계에서 가장 큰 행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올해도 중국은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참가기업의 절반 가까운 700여개가 중국 기업입니다.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무섭게 침투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각종 글로벌 전시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우리 기업들도 뒤질 순 없죠. 기술과 품질을 내세워 가전의 미래를 보여줬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화두는 인공지능(AI)입니다. IFA는 행사기간 중 관람객을 위한 신문을 냅니다. 행사 첫날 1면을 장식한 사람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었습니다. 조 부회장은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인 박일평 사장과 함께 약 50분간 IFA 개막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사진을 1면에 내건 IFA 신문입니다. |
LG를 알리려는듯 진홍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한 조 부회장은 1000여명의 눈과 귀가 모인 곳에서 중국 화웨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경영진에 앞서 가전의 미래를 제시했습니다. 연설 주제는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LG전자는 인공지능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생활가전 모든 제품에 무선인터넷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무선인터넷을 탑재한 스마트 가전의 글로벌 판매량이 500만대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렇듯 TV, 에어컨, 청소기, 세탁기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 언젠가 우리 삶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거죠. LG전자는 인공지능 선도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려고 전시공간도 큼직하게 마련하는 등 단단히 마음 먹고 나왔습니다.
삼성전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2020년까지 3년간 인공지능과 5세대 이동통신 등 미래 성장사업에 약 25조원을 투자하고, 인공지능 전문가 1000여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죠.
소비자가전부문장인 김현석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신기술은 대화하듯 말하기만 하면 되는 수준으로 사용상 복잡성이 없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빅스비(Bixby)'와 '스마트싱스(SmartThings)' 중심으로 다양한 파트너사,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빅스비는 인공지능 음성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싱스는 각종 가전을 조작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입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의 음성만으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려주고 이 음악을 TV와 냉장고에서도 끊김없이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합니다. 사용자가 집에 도착하면 최적의 실내 온도와 습도 등을 맞춰주고 조명도 적절히 조절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요.
두 회사 모두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몰고올 수 있다는 걸 전제로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겠네요.
▲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이번 행사에서 "초연결 시대에는 사람들의 일상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
가전제품하면 TV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선 기존보다 해상도가 뛰어난 TV가 관람객을 맞았습니다. '8K TV'라는 건데요. 가로 7680개, 세로 4320개, 총 3300만개 화소를 화면에 담은 초고해상도 TV입니다. 풀HD(1920×1080) 대비 16배, 4K(3840×2160)대비 4배 더 많은 화소를 적용해 큰 화면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 게 특징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CES에서 85인치 QLED 8K TV를 최초로 공개했고 이번에 65인치·75인치·82인치·84인치 제품군을 선보였습니다. LG전자는 8K 올레드 TV(88인치)를 이번 행사에서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세계 8K TV 시장은 올해 6만대 수준으로 아직 태동기에 있는데요. 하지만 빠르게 성장해 2022년에는 53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UHD(4K) TV도 처음 도입된 2013년에는 4K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TV 시장에서 3% 수준에 그쳤으나 5년 만에 70%까지 확대됐다고 합니다. 시장 확대를 앞두고 '우리가 최고'라며 각축전이 벌이는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삼성전자 부스입니다. QLED 8K TV가 눈에 띕니다. |
재미있는 건 가전과 가구의 결합인데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구회사와 손잡은 제품을 내놨습니다. 유럽은 빌트인 가전시장이 180억달러 규모로 글로벌 시장 가운데 40%가량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는 '놀테(Nolte)'와 협업했고 LG전자는 '발쿠치네(Valcucine)', '아클리니아(Arclinea)'와 손잡고 프리미엄 빌트인 분야를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미래기술부터 가구라는 전통산업까지 하나로 이을 수 있는 게 결국은 가전의 힘인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IFA 2018'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