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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순환출자 사슬 완전히 끊었다

  • 2018.09.20(목) 19:23

전기·화재, 삼성물산 지분 1조 전량 처분
증시서 파는 '정공법'…정부 압박은 부담
금융계열사 소유 삼성전자 지분 9.3% 현안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처분키로 했다. 이로써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완전히 해소된다. 삼성은 이제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 소유의 삼성전자 지분(9.3%) 처리 문제만을 남겨두게 됐다.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법을 찾기 힘든 현안이기도 하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762만주(3.98%)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키로 결정했다. 삼성전기가 500만주(2.61%), 삼성화재가 262만주(1.37%)를 판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처분금액은 각각 6425억원, 3285억원으로 총 1조원어치에 달한다. 처분예정일은 오는 21일이다.

삼성전기는 "매각대금은 주력사업 확대와 신규사업을 투자재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기는 중국 톈진에 전장용 MLCC 공장을 짓기 위해 총 5733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삼성화재는 자산운용의 수익성 제고를 처분 이유로 들었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에 남아있던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해소된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 4월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2.11%) 전량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삼성SDI를 경유하는 순환출자 고리 3개를 끊었다.

이번에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나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한꺼번에 풀었다.

그간 재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자사주 형태로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보유 지분을 사들이거나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삼성은 오해를 살 수 있는 계열사 및 오너와 거래 대신 주식시장에서 직접 파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번에 매각하는 3.98%가 없어도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2.96%로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정부와 국회가 금산분리 원칙을 근거로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높이는 점은 부담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핵심 중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9.78%로 많지 않은 편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라고 해봐야 0.65%에 불과하다.

결국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 7.92%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핵심인데  정부와 국회는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등을 내세워 이 지분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38%도 대상이다.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대주주 지분은 19.4%에 불과하다. 이 중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2개 금융계열사가 소유한 지분이 9.30%로 삼성 내부지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금융계열사가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면 삼성의 핵심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이다.

 

삼성으로서는 경영권 안정을 꾀하면서도 주식 매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묘안을 찾아야 할 입장이다. 한데, 이게 쉽지 않다. 지배구조의 꼭지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소유 삼성전자 지분 매입, 삼성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모두 법적·제도적 걸림돌로 인해 현실성이 낮은 방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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