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순환출자 해소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SDI는 오는 11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2.11%) 전량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처분금액은 이날 종가 기준인 주당 14만4000원으로 총 5822억원에 달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씨티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삼성은 '물산→전자→SDI→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게 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오는 8월26일까지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SDI에서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순환출자가 형성됐다는 이유에서다.
합병 당시 공정위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904만주 중 500만주만 처분토록 했으나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태 이후 나머지 404만주까지 팔아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이번 매각을 시작으로 삼성전기(2.61%), 삼성화재(1.37%) 등 다른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도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매각이 이뤄지면 삼성 계열사의 7개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끊어진다.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의 지배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31%에 달한다. 여기에 삼성생명공익재단(1.05%)과 삼성문화재단(0.60%) 지분을 더하면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3%를 넘는다.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말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고,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주식을 확보하는 내용의 순환출자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삼성SDI도 이날 순환출자 해소와 투자재원 확보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