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제주항공이 미국 보잉사와 최대 50대에 달하는 신형 항공기 도입 계약을 맺었다. 연료가 적게 들면서도 더 먼 거리까지 날 수 있는 새 항공기로 기단을 업그레이드해 동남아 지역을 비롯한 중거리 항공시장을 제패하겠다는 포석이다.
▲ 제주항공 B737MAX8 기종 예상 이미지/자료=제주항공 제공 |
제주항공은 보잉사의 최신기종인 '737맥스(MAX)' 총 50대를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순차적으로 인도 받는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총 50대 중 확정된 계약은 40대, 조건부(옵션) 구매는 10대다.
이 항공사가 구매를 확정한 40대는 단일 기종으로는 국적 항공사가 체결한 항공기 계약 중 최대규모다. 투자 금액은 공시가(보잉사 카탈로그 가격) 기준으로 44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원이다.
제주항공은 현재 'B737-800NG' 단일 기종으로 38대 규모의 기단을 꾸리고 있다. 리스로 35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3대는 올해 구입한 자체 보유기다. 올해 안에 같은 기종 1대를 더 들여올 계획이다. 이를 차세대 기종으로 전환하려는 게 이번 투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로서 체질을 개선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라며 "항공기 운용방식을 직접 보유로 바꿔 임차료를 줄이고, 친환경 항공기 운영을 통해 연료비와 정비비 등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737MAX는 보잉이 개발한 차세대 주력기다. 제주항공 기존 기종보다 운항거리가 길고 연료효율이 14% 높아 유효좌석 킬로미터 당 비용(Cost per Available Seat Kilometer, CASK)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주항공이 도입하려는 '737MAX8'은 기존 737-800NG와 같이 189명이 탑승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 운항거리는 6500km로 기존 기종보다 1000km 이상 더 멀리 갈 수 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발리 등 새로운 노선 발굴 여력이 커진 것이다.
제주항공은 또 이번 계약 물량 중 일부를 최대 230명이 탑승 가능한 '737MAX10'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항도 넣었다. 이 기종의 운항거리는 737MAX8보다는 짧지만 기존 항공기보다는 길다. 인기 노선에 더 많은 승객을 태워 한정된 자원인 슬롯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가능한 셈이다.
이번 계약으로 제주항공은 보잉과의 협력관계도 강화하게 됐다. 보잉은 기단 전환에 필요한 공동 책임을 약속하고, 엔진과 각종 부품공급 등 다양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번 B737MAX 도입 계약은 차세대 항공기로 자연스럽게 기단을 교체해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항공산업을 선도하는 대표 국적항공사로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