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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업종 기상도]반도체, 급제동은 없다

  • 2018.12.21(금) 15:33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 부각
삼성, SK 기술 초격차로 돌파

"(메모리 반도체) 응용처 수요가 다변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가격 변동은 있을 수 있어도 전반적인 시장은 과거와 다를 것입니다."-삼성전자(지난 10월 31일 열린 3분기 컨퍼런스콜)

"시장의 단기적인 부침은 있겠지만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꾸준한 성장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당장의 추위에 대비하되, 더욱 멀리 보고 준비합시다."-이석희 SK하이닉스 신임 대표이사(지난 10일 취임사)



반도체 업황이 상투가 잡혔다는 '고점론'에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세계 수위권을 다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를 기점으로 실적이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두 업체는 여전히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반도체 '초격차'를 통해 내년에도 쉼없이 달려갈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 D램과 낸드, 속절없는 '추락'


D램과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반도체로 분류된다. D램은 속도는 빠르지만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낸드는 속도는 느리지만 전원을 껐다 켜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휘발성 제품이다.

인터넷 데이터센터 업계의 서버 투자 확대와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수요가 늘어나 메모리 반도체는 초호황을 누렸다. 주요 반도체 회사들은 지난 2년 동안 과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돈을 긁어 모았다.

다만 데이터 센터 업체들의 구매 지연,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고점인 개당 8.19달러를 유지하다가 10월 7.31달러로 떨어지며 하락세를 보였다. 2016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낸드플래시는 일찌감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범용 제품인 128Gb MLC 개당 가격은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동안 고점을 유지하다가 올해 7월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그간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유통업체들이 제품 재고를 많이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며 "다만 하반기 들어 공급과잉이 거론되며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적게 가져가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전망도 밝지 못하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발간한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1651억 달러에서 내년 1645억 달러로 축소될 것이라 전망했다.

◇ 삼성과 SK, '돌파구'는 있다

삼성전자와 SK그룹에 반도체가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1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76%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6조5000억원으로 SK그룹에서의 비중이 83%로 절반을 넘는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흔들리면 두 업체의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시장 자체가 악화되더라도 앞선 기술력을 통해 이를 극복해 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극자외선노광장비(EUV)를 통한 '기술 초격차'다.

▲ 지난 10월 17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최한 '삼성 테크 데이 2018'에서 미주 지역총괄 최주선 부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화성캠퍼스 S11라인에 이 장비를 들여놓았고 내년말 완공을 목표로 화성 EUV 전용 파운드리(위탁 생산) 라인을 건설 중이다. 또 지난 10월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18'에서 업계 최초로 EUV 공정 기반 7나노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기공식을 연 이천 'M16' 공장에 EUV 전용 공간을 별도로 조성한다.

EUV는 그간 반도체 업계가 미세 공정에 주로 썼던 불화아르곤(ArF) 방식과 비교해 공정을 줄여 제품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또한 회로를 새길 때 쓰는 빛을 덜 분산시켜 더 미세한 선폭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회로 선폭이 얇아질수록 하나의 웨이퍼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제품 생산량이 많아진다. 또한 전자의 이동거리가 짧아져 반도체 성능이 더 좋아진다.

두 회사는 EUV를 활용해 D램 회로 선폭을 더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3세대 10나노급 D램 공정 개발을 마무리해 기술 우위를 굳힐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세계 최초로 2세대 10나노급 D램을 개발해 양산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내년부터 EUV를 활용한 D램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에서도 두 회사는 기술력을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셀을 양 옆으로 나열했던 2차원 구조에서 위로 쌓는 3차원 구조로 발전했다. 셀을 쌓으면 쌓을수록 저장 공간이 늘어나고 웨이퍼 하나당 제품 생산량이 많아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하반기 120단대 6세대 3차원 낸드를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세계 최초로 90단대 5세대 V낸드를 양산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3차원을 넘어 4차원 6세대 낸드를 준비하고 있다. 셀의 작동에 관여하는 주변부 회로를 셀의 옆이 아닌 아래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외부 주차장을 아파트 지하로 들여 공간효율을 높이는 원리다.

▲ SK하이닉스 96단 512Gbit TLC 4D 낸드플래시와 솔루션 제품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6세대에 앞서 5세대 낸드를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해 시장에 첫 4차원 제품을 내놓는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수요에 맞춰 투자 공급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중 큰 폭의 가격 하락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장기적으로 업황이 저하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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