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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업종 기상도]철강, 깊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 2018.12.28(금) 14:29

수요 위축 심해져..가격 인상 한계
포스코만 실적 낙관..중소업체 '아슬아슬'

올해 철강업계는 연초 짙게 낀 우려에 비해 나은 한 해를 보냈다. 연초만 해도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철강시장 제재를 가시화하면서 거대한 불확실성이 업계를 덮쳤다. 수출입비중이 40%를 넘는 국내 철강업계에 보호무역 제재에 따른 타격은 치명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국내 철강업체들은 이런 걱정을 보기좋게 걷어냈다. 보호무역 직접 제재를  피하면서 나아진 수급환경에서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 포스코의 경우 연중 두 차례나 매출 연간 목표를 올려잡았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훈풍이 내년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덩치와 사업 구조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철강업계의 양극화도 점점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수요부진 한파 속 포스코만 '아랫목'

 

올해 철강업계는 나아진 수급환경 속에서 제품 가격 인상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으로 세계시장에 철강 공급이 줄어든 덕이었다. 하지만 수요가 넉넉하지는 않았다. 판매는 내수와 수출 모두 작년만 못했지만 이를 마진 인상으로 극복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포스리, POSRI)는 올해 국내 철강 생산이 7550만t, 수출은 3080만t, 내수소비는 531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생산은 2.1%, 수출은 2.8%, 소비는 5.8% 감소한 것이다. 

 

포스리는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된 가운데 자동차 등 주요 전방산업 생산이 모두 부진하면서 대부분의 강종에서 소비가 감소했다"며 "수출도 미국의 쿼터제 시행 등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부진을 제품가격 상승이 상쇄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올해 3분기까지 집계한 주요 철강업체 9개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현대비엔지스틸·현대종합특수강·동국산업·아주스틸·동부제철)의 실적을 보면 매출과 수익성 모두 개선됐다.

 

이들 9개사 매출은 판가 상승으로 전년 동기대비 6.1% 증가한 74조8000억원을 기록했고,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9조4000억원으로 3.6% 증가했다..

 

 

다만 실적 개선은 최대업체인 포스코에만 집중됐다. 포스코의 경우 일관제철사로서 우월한 사업지위 및 높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준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양호한 글로벌 철강경기의 수혜를 입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업체 대부분은 실적이 부진했다.

 

한기평은 "현대제철의 경우 3분기중 통상임금 소송에서 일부 패소를 하면서 상당액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그 외 비일관제철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사업지위와 높은 국내 의존도로 인해 내수 부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부익부 빈익빈'이었던 셈이다.

 

◇ "내년 철강시장 양극화 더 심해진다"

 

내년에도 철강업계 사업여건은 녹록지 않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양적 구조조정 완료와 생산통제 완화 등으로 철강경기가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또 내수 측면에서 주요 전방산업들의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여기에 보호무역 강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도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일단 2019년 글로벌 철강수요는 성장기조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인다. 세계철강협회(WSA)는 2019년 세계 철강재 소비량이 올해보다 1.4% 증가한 16억80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률은 전년 2.1%보다 둔화되겠지만 적어도 꺾이지는 않는다는 게 업계로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철강업 전반의 영업실적은 올해만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측면에서 올해보다 사업적 이점을 챙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철강업체들의 가격교섭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게 신용평가업체들의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수급구조 약화로 수입재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점도 국내 업체들의 마진 확보에 부정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로 인한 영향도 무시못할 변수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직접적 제재를 받는 사안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자동차·가전 등 간접 수출 물량 감소 ▲보호무역주 확산 등에 따른 미국 외 타 국가의 무역규제 강화 가능성 ▲제3국에서의 경쟁 격화 등 간접적인 영향은 중장기적으로 지켜볼 부분으로 꼽힌다.

 

나이스 신용평가는 "낮은 수요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담 요인은 완화돼 전반적인 산업환경은 중립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주요 전방산업 업황에 따라 철강사별 실적 차별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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