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업계에 2018년은 '쇼크' 수준의 한 해였다. 당장 판매부터 그랬다. 안방인 내수 시장은 수입차들에 치였고, 밖에서는 주력인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고전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터널' 탈출후 살아날 걸로 예상했던 중국에서 역시 회복이 녹록지 않았다.
판매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지엠(GM) 군산공장을 폐쇄하며 자동차 생산기지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끌어 내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분기 역대급 영업이익 부진을 맛봤다.
내년 역시 만만치 않다. 적어도 워낙 최악이었던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실질적 회복을 장담하긴 어렵다. 'V자형' 반등이 이뤄질지, 'L자형' 장기침체로 갈지 분수령에 서있다는 진단이다.
◇ 안팎에서 기 못편 2018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4.8% 감소한 328만대를 기록했다. 내수와 해외 판매 모두 감소했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연식변경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신차가 쏟아져나왔고 예년보다 저조했한 작년 실적이 바닥을 깔아줬는데도 우하향 곡선이 나온 게 뼈아프다.
일단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로 홍역을 치른 것이 아팠다. 한국GM은 공급물량이 급격히 줄었고 내수시장서 브랜드 신뢰도도 떨어졌다. 이는 전체 업계 분위기로 이어졌다.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이 승용차 수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고, 건설경기가 위축하면서 상용차 수요마저 줄어든 걸로 분석됐다.
해외에서는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의 신흥시장에서 호조가 나타났지만 미국·중국·유럽 등 3대 메이저 시장의 성장 둔화를 만회할 만큼은 아니었다. 9월말까지 누계로 전년 대비 내수는 3.4%, 수출은 9.3% 전체 생산은 8.4% 줄어든 데는 이런 악조건이 있었다.
차종별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만 빛이 비쳤다. 내수의 경우 전체 시장규모가 180만대 안팎에서 정체됐지만 SUV만 성장세를 유지했다. 10월 누계 기준 전체 승용차종 판매는 전년 대비 0.2% 줄었지만, SUV는 13.4% 증가했다. 다만 수출은 SUV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주력인 중소형 승용차의 수요 감소에 타격을 입었다.
이런 와중에 수입차의 국내 시장 잠식은 올해도 거침없었다. 수입차 대표격인 BMW의 화재 스캔들이 있었음에도 그랬다. 2016년 아우디폭스바겐 판매중지로 감소했던 수입차 판매는 벤츠, BMW, 도요타(렉서스) 등이 판매량을 늘리며 회복됐다. 수입 승용차의 내수 점유율은 2016년말 14.4%에서 2017년말 15.6%, 2018년 10월 기준 17%까지 높아지고 있다.
◇ 성장 정체 속 차별화에 '성패' 갈린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산업 환경은 올해보다 나아질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내수시장은 집단 이기주의라 치부될 정도로 국내 완성차 일부 노동조합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수입차에는 점점 수요자들이 익숙해져 간다. 해외에서는 세계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시장이 부진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내놓는 전망도 어둡다. 한국기업평가는 "내수시장은 포화상태에 가까워 성장 여력이 많지 않다"며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의 감소와 중국의 성장세 저하로 자동차 산업 전반의 수요 둔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의 양호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중국 등 3대 시장의 성장둔화가 심화되면서 2018년 대비 1%대의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수급구조 악화와 차세대 자동차 기술 선점을 위한 투자부담 증가,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완성차 메이커의 수익성을 약화할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 업체별 실적 차별성은 'SUV'와 '신흥시장'에서 갈릴 것이라는 예상도 그래서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최근 '팰리세이드' 등을 내놓으며 SUV 라인업을 강화한 게 그나마 기대를 걸만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빈약해진 시장 수요가 실적 개선폭을 크게 낙관하긴 어렵게 한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내년을 실적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그 폭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모습이란 게 안팎 관측이다.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차 등은 제품 라인업에 한계가 있어 실적 변동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GM이나 르노, 마힌드라 등 글로벌 본사의 사업전략 변화에 따라 사업안정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성차 업황에 울고웃는 부품사들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계열 부품사나 만도 등의 경우 '천수답' 처럼 현대·기아차의 선방만 바라보고 있다. 이외 매출처에서 얼마나 전과 다른 영업력을 보이느냐도 관건이다. 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