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괜찮아진듯 보이는 건 착시효과다. 기아자동차가 25일 내놓은 작년 실적 얘기다. 하루 먼저 곤두박질친 현대자동차 때문에 기아차의 회복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고, 재작년 통상임금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른 덕에 한해 전보다 나아 보이는 것 뿐이다.
사업 수익성 본질은 사상 최악 수준이었다는 현대차만 못한 게 작년 기아차였다. 기아차는 이런 부진의 진원지인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공격적 영업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그 성패 가능성에 물음표는 여전히 남아있다.
기아자동차는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가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작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54조1698억원 ▲영업이익 1조1575억원 ▲순이익 1조1559억원의 실적이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일단 도매 판매물량은 늘었다. 글로벌 연간 판매량이 280만9205대로 재작년보다 2.4% 증가했다. 국내에서 2% 늘린 52만8611대, 해외에서 2.5% 늘린 228만594대를 팔았다.
지역별로 미국에서는 전년 대비 1.7% 감소한 59만583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3.0% 늘린 49만1797대, 중국에서 2.8% 늘린 37만2대, 중남미·중동·아시아(중국 제외) 등 기타 시장에서 5.3% 증가한 82만8212대를 팔아 만회했다.
다만 소매 판매로 보면 중국에서 부진이 심각했다. 중국 현지 판매는 35만8000대로 재작년보다 9.4% 감소했다. 딜러에게 물량을 넘기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대륙 소비자의 최종 선택을 받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다.
매출은 전년대비 1.2% 증가했다. 원화 강세와 재고 부담 등 부정적 요인이 있었지만 판매대수 자체도 늘고 레저용차량(RV)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해 외형 성장을 지켰다는 설명이다.
암울해지는 건 원가부터다. 매출원가는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원화 강세와 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 약세에 따른 환율 여건 악화, 수출비 등의 계정 재분류 영향이 있었다. 매출원가율도 1.9%포인트 상승한 85.2%가 됐다. 원가율 상승은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현대·기아차에서 공통적으로 우려스럽게 보는 지점이다.
그러면서 수익성이 주저앉았다. 영업이익이 재작년보다는 74.8% 늘었다지만 이는 2017년 3분기 통상임금 비용(9777억원) 반영에 따른 기저 효과일 뿐이다. 매출 대비 영업익률은 2.1%에 그친다. 현대차 작년 영업이익률 2.5%보다 0.4%포인트 낮다.
여기엔 미국과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재고축소를 위해 딜러 인센티브를 늘린 것도 한몫했다. 미국에서 기아차 재고보유일수는 작년 초 5.1개월이었는데 이를 연말 3.3개월까지 줄인 게 그나마 수확이다. 순이익은 전년대비 19.4% 증가했다.
작년 4분기만 보면 현대차보다는 괜찮았다. 매출은 13조4732억원, 영업익은 3820억원, 순이익은 94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와 견줄 때 매출은 3.6%, 영업익은 26.3% 늘린 성과다.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3900억원)와도 엇비슷하고, 영업이익률은 2.8%로 작년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현대차(2.0%)보다도 높다. 환율 변동 등의 영향으로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기아차는 작년과 올해 새로 선보이는 신차를 대거 투입해 작년 4분기 보인 회복세에 탄력을 붙일 계획이다. 올해도 국내외 자동차 시장과 대외 경영환경은 어렵겠지만 판매를 공격적으로 늘려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각오다.
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를 2018년 판매대수 대비 3.9%, 4만5000대 늘려잡았다. 총 292만대(내수 53만대, 해외 239만대)다. 글로벌 수요가 정체상태서 우하향하는 흐름이어서 현대차도 5000대만 늘려잡았지만 기아차는 태세가 남다르다.
특히 중국 부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작년 실적을 기준으로 도매로는 4만대(10.8%), 소매로는 5만2000대(14.6%)씩 더 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차 효과 극대화 ▲신흥 시장 공략 강화 ▲RV 판매 비중 확대가 기아차가 제시한 올해 실적 개선의 3가지 열쇠다.
기아차는 신형 '쏘울', 북미형 대형 SUV '텔루라이드', 소형 SUV 신모델, 신형 'K5' 등 올해 새로 선보이는 4가지 모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쟁력 있는 현지 전략 차종(중국 즈파오 등)도 가세시킨다. 여기에 전사적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으로 원가를 절감해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원점에서 다시 세운다는 방침이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는 "2019년이 기아차가 성장궤도에 재진입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원점에서 사업적 펀더멘털을 재정립할 것"이라며 "그룹의 모빌리티 솔루션이라는 중장기적 방향에 맞춰 전동화 등의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