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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 '오일머니' 아람코 손잡았다

  • 2019.01.28(월) 13:32

현대오일뱅크 IPO 미루고 지분 최대 19.9% 매각키로
시총 10조원 간주 주당 3만6000원..현대重 '3배 장사'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 정유사 현대오일뱅크의 2대주주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유치했다.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보유 지분중 최대 19.9%를 주당 3만6000원 수준 가격에 내주기로 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중공업 시황 악화가 이어지며 불안해진 재무상태를 안정화할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아람코 입장에서는 한국 정유업계 3위 에쓰오일(S-Oil)을 자회사로 둔 상황에서 4위 업체에까지 영향력을 확대, 한국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3.2조원에 산 현대오일뱅크..10조원 산정

 

현대중공업그룹은 28일 사우디 아람코사와 최대 1조8000억원 규모의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 전(Pre-IPO)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람코가 현대중공업지주 보유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최대 19.9%까지 인수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아람코는 오일뱅크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해 주당 3만6000원 수준에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 이번 계약은 곧 있을 양사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아람코가 40.6%에 이르는 현대오일뱅크의 업계 최고 고도화율과 업계 1위의 수익성 등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2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시총으로 따지면 약 3조2000억원이어서, 현대중공업 그룹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3배 넘는 가격에 지분 일부를 유동화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미 아람코와 인연이 있다. 지난 2015년 11월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지 합작조선소 건립 등 조선·플랜트 분야 협력이 주 내용이었다. 이를 계기로 신뢰를 쌓아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현대중공업그룹 측 설명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작년중 현대오일뱅크를 기업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여파 등으로 계획을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Rre-IPO 투자를 통해 상장에 앞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현대오일뱅크 IPO는 내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Pre-IPO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불가피하게 연기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신사업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아람코, 에쓰오일 이어 오일뱅크도 '발 밑으로'

 

 

아람코 입장에서는 이번 투자로 한국 정유시장에 안정적인 원유 수요처를 하나 더 확보하게 됐다. 아람코는 세계 원유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로, 중동 '오일머니'의 메이저 기업이다. 현재 자회사 AOC(Aramco Overseas Company)를 통해 에쓰오일 지분(63.4%)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거래 지분 비율은 다소 유동적이지만, 주당 가격은 확정적이라는 게 현대중공업그룹측 설명이다.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매입 지분을 최대 19.9%로 한 것은 계열사 편입 등 지배구조 관련 제한이 있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도 AOC를 통해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원유 공급에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세계 1위 석유회사가 투자했다는 점만으로도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것이고, 아람코사 공급 네트워크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의미있다는 게 현대중공업그룹 측 설명이다.

 

특히 향후 석유화학, 유전개발, 윤활유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아람코와 연계해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아람코와 다방면 사업 협력은 향후 중동에서 발주되는 선박 및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 등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중동시장 개척을 통한 사업 확장으로 연결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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