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회사 이름을 바꾸면서 세대교체를 본격화한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명에서 '타이어'를 떼내는 동시에 2세대 오너인 조양래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타이어 사업에만 집중해 온 기업 'DNA'에 혁신을 시도하면서 3세 경영 체제까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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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어가 전부여선 안된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오는 28일 개최할 정기 주주총회에 회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HANKOOK TECHNOLOGY GROUP CO., LTD.)으로 바꾸는 안건을 올렸다. 2012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분할한 사업회사 한국타이어와 배터리 제조 계열사 아트라스BX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HANKOOK TIRE & TECHNOLOGY CO., LTD.)'와, '한국아트라스BX(HANKOOK ATLASBX CO.,LTD.)로 이름을 고치는 안을 다룬다.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의 상호 변경은 이 회사 78주년 창립기념일인 오는 5월8일자로 시행된다. 한국타이어는 1941년 일본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이 한국에 설립한 조선다이야공업으로 시작했다. 1951년 한국다이야제조로 이름을 바꿨고 1967년 효성그룹에 편입한 뒤 이듬해 한국타이어제조로 다시 이름을 고쳤다.
이후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 차남인 조양래 회장이 1985년부터 한국타이어를 독자 경영했고, 2012년엔 지주회사(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회사(한국타이어)로 인적분할해 이듬해 11월 지주회사 전환을 마쳤다. 이번에 이름을 바꾸는 건 1999년 한국타이어제조에서 '제조'를 뗀지 20년만이다.
그룹의 주력 사업회사 한국타이어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중 타이어 제품매출은 95% 수준이다. 이사명에 타이어를 줄곧 넣어온 것도 이런 정체성에 있다. 대한타이어공업협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30~40%로, 매출 기준 국내 1위, 세계 7위 규모다.
하지만 "더 이상 타이어가 전부여서는 안된다"는 의지가 이번 사명변경에 담겼다는 관측이다. 타이어 메이저에 멈추지 않고 첨단기술기업으로 도약해 사업 보폭을 더 넓혀가야 할 때라는 것이다. 현재 지주사, 축전지(아트라스BX), 일반기계(대화산기), 타이어금형(엠케이테크놀로지) 등 그룹의 비(非)타이어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이같은 타이어 매출 편중을 깨기 위해 최근 수년간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고 있다. 작년에는 시제품제조업체인 '모델솔루션'을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자동차 공조시스템 회사인 한온시스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조현식·조현범 '3세 경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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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을 붙여 타이어외 사업분야를 키우는 것은 3세 경영 시대를 준비하는 세대교체 차원이기도 하다.
오는 28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총에서 올해 83세(1937년생) 조 회장은 이 회사 등기임원직을 내려놓는다. 동시에 조 회장 장남 조현식(1970년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의 등기임원 임기가 3년 연장되고, 차남 조현범(1972년생) 한국타이어 사장은 새로 등기임원에 오른다. 조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위이기도 하다.
비타이어 사업 비중을 높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추후 조 부회장과 조 사장, 두 조 회장 아들이 사업을 승계할 때 적정한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 보는 시각도 많다.
작년말 기준으로 한국타이어 지분은 지주사 한국타이월드와이드 30.2%를 비롯해 조 회장 5.67%, 조 부회장 2.07%, 조 사장 0.65%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조 회장이 23.6%,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이 각각 19.3%의 지분을 들고 지배하는 구조다.
한국타이어는 주총에서 한국타이어월드와이어와 분할한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재한 작년 재무제표도 승인할 예정이다. 연결 기준 매출 6조7951억원, 영업이익은 7026억원으로 전년대비 매출은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4% 감소한 성적이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7조4000억원, 영업이익 7500억원을 목표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