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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목조목 직장인 인문학]호모사피엔스가 비합리적인 이유?

  • 2019.10.14(월) 11:21

지난 세 편의 칼럼에서 ‘꼰대문화’란 인간의 본성이 부지불식간에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며,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고 소통을 통해 서로의 차이(나이, 성별, 직종 등)를 극복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 할 때마다 충돌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우리의 뇌리에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호모사피엔스’ 개념입니다.

호모사피엔스의 어원은 라틴어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혜’야말로 동물과 사람을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즉, 지혜를 가진 인간은 동물과 달리 근본적으로 합리적이며 이성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인간에 대한 정의와 전제는 현재까지도 매우 유효하여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를,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이 이처럼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면 세상은 잘 조합된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림 없이 기계적으로 잘 돌아가야 하고 체제도 안정성을 보여야 할 터인데 상당수의 국가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창하게 국가까지 생각할 것 없이 당장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직장을 돌아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모사피엔스’들이 모여서 구성하는 회사인데, 꼰대문화처럼 본인과 조직에 해가 되는 부조리함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실제로 삶의 터전인 직장 문화가 때로는 멀미가 날 정도로 흔들리고 불안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성에 있습니다.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 반대로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우가 많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호모사피엔스’라고 부르는 지도 모릅니다.

이를 개인에 대입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직장 동료들이 ‘김지혜씨는 유능한 사람이다’라고 평가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김지혜씨는 정말 모든 일을 실수 없이 유능하게 처리하는 사람일까요?

김지혜씨도 사람이라면 크든 작든 실수를 범할 수 있고, 때로는 실패의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를 ‘유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일을 맡기면 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기에 그렇게 평가할 것입니다. 이처럼 ‘항상 그러한 것’과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큽니다.

실제로 ‘호모사피엔스’라고 하는 인간에게는 합리성과 거리가 먼 다양한 속성들이 있습니다. 커다란 이익보다 작은 손실을 피하려는 편향성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다시 유능한 김지혜씨의 에피소드를 살펴보겠습니다.

김지혜씨 생일을 맞이하여 팀원들이 OX 사다리타기 깜짝 이벤트 게임을 제안했습니다. "선택한 사다리가 O이면 10만원을 받을 수 있고, X이면 5만원을 내놓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김지혜씨가 이벤트를 거부하는 돌발사태가 벌어졌습니다. 10만원을 얻을 수 있는 확률 50%, 5만원 잃을 확률 50%이니, 계산이 빠르고 똑똑한 김지혜씨가 당연히 게임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팀원들은 당황하여 이유를 물었습니다.

"운이 좋아 10만원을 벌면 좋겠지만, 잃을 수도 있는 내 돈 5만원이 더 아까워서요!"

팀원들은 그제서야 2개의 사다리 모두 O인 깜작 이벤트였음을 알려주며 김지혜씨를 놀렸습니다.

“똑똑한 김지혜씨가 굴러온 돈 10만원을 차버렸네!”

여러분들이 김지혜씨였다면 게임에 참여했을까요? 많은 실험 결과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김지혜씨처럼
게임 참여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간이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것을 우발적으로 선택하는 이유를 집요하게 연구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대니얼 카너먼이라는 심리학자가 인간의 ‘손실회피편향’이라는 이론을 내세워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을 물리치고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것입니다.

이는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돈다는 천동설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반대로 지구가 천체를 돈다고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의 역설처럼 경제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효용성을 근거로 판단한다‘는 대전제를 수백년 동안 철석같이 믿어왔는데 한명의 심리학자에 의해 그 믿음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도 노벨 경제학상은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닌 주관에 휘둘리며 매우 충동적인 존재다’라는 이 학자의 이론을 따르는 다수의 동료와 제자들이 차지합니다. 이른바 행동경제학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대니얼카너먼의 주장에 따르면 똑같은 ‘1만원’의 돈이라도 손익 상황에 따라 인식하는 액수가 다르다고 합니다. 예컨대 ‘얻는 돈 1만원’보다 ‘잃는 돈 1만원’을 훨씬 크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한 인간의 속성을 일컬어 ‘손실회피편향’이라 불렀습니다.

단순한 듯 보이는 이론이지만 확장하여 적용해보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합니다.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강하다.’ ‘나쁜 감정은 좋은 감정보다 영향력이 크다’, ‘나쁜 인상은 좋은 인상보다 강력하다’, ‘나쁜 고정관념은 좋은 고정관념보다 빨리 형성된다’, ‘나쁜 소문은 좋은 소문보다 더 가공되고 빨리 전파된다’ 등등. 그리고 이와 같은 특성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거쳐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여러분들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손실 회피 편향’도 실험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일한 대가로 회사에서 9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단, 두 가지 조건 중 선택해야 합니다. 첫번째 조건은 9000만원 중 3000만원만 받고 6000만원은 다른 직원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합니다 두번째 조건은 9000만원을 지급하되 사다리 게임에 참가하여 성공하면 전부를 갖고 실패하면 전부를 다른 직원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합니다.

3개의 사다리 중 1개는 ‘당첨’이고 나머지 2개는 ‘꽝’이므로 성공 확률은 3분의 1입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실험 결과 다수의 사람들이 첫번째 조건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6000만원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보다 3000만원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심리적으로 더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심리를 가장 영악하게 활용한 것이 바로 신용카드입니다. 현금은 깐깐하게 관리하면서 신용카드는 물 쓰듯 쓰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현금 결제는 당장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손실을 목격하므로 절약 의지가 강력하지만, 신용카드 결제는 당장 손실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절약 의지가 희석됩니다. 게다가 카드사들은 결제유예(리볼빙)서비스까지 들이대며 손실에 대한 감각을 더욱 마비시키므로 능력 이상의 과소비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손실회피편향 심리는 우리의 직장 생활에서도 빈번하게 드러납니다. ‘복지부동’ 혹은 ‘무사 안일주의’가 대표적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데 괜히 나섰다가 낭패(손실)를 볼 수 있다는 심리가 만연한 조직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물론 꾸중이나 질책이 두려워 회사의 이익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장과 발전이 어려운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경제적 이익뿐 만 아니라 직장 내 인간 관계 속에서도 드러납니다. 칭찬이라는 이익보다 쓴 소리라는 손실이 강력하므로 열번 칭찬하다가 한번 쓴 소리 했다가 두고 두고 뒷담화를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리더들이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두고 고민합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일년 내내 성실한 자세로 업무에 임했는데 어쩌다 윗사람에게 나쁜 태도가 눈에 띄어 상당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실함보다 나쁜 태도가 그만큼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직장에 핵심성과지표(KPI) 등을 활용한 합리적인 인사평가제도가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간의 이러한 불완전성 때문에 어느 조직에서나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발생한 문제를 빨리 파악하고 여하히 잘 해결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옛말에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문제는 인간에게서부터 시작됩니다. 인간에 대하여 아는 만큼 문제를 파악할 수 있고, 또한 문제를 아는 만큼 해법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합리적 존재인가, 비합리적 존재인가 하는 근본적 논쟁에 대한 찬반은 각자의 몫입니다. 다만 ‘인간은 비합리적일 수 있으나 합리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고 있다’라는 정의에 대해서는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전제 되어야 비합리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며, 그럼에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남들이 모여 우리를 만들고 있는 기업은 서로 소통하고 협업할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와 남과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두려움이 생기고 두려움은 파괴라는 비이성적인 해법부터 찾게 됩니다. 많은 기업들이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람과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인문학이야말로 회사의 작동과 성장에 꼭 필요한 윤활유 아닐까요.

다음 시간에는 인간의 비합리적 ‘손실회피편향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서 조직 내의 나쁜 문화로 자리잡게 되는지, 그런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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