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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목조목 직장인 인문학]파워기업의 필요조건 '인문학'

  • 2019.09.17(화) 14:53

기업의 프랙탈구조를 만들어주는 인문학

브로콜리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노화와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하여 파워푸드라 불리는 채소입니다. 사람 건강에 효능을 지닌 채소들이야 세상에 무수히 많겠으나, 그럼에도 브로콜리는 모양에서부터 묘한 호감을 자아냅니다.

거대한 나무 형태를 보이고 있는 통 브로콜리와 기둥에 근육처럼 뻗은 각각의 굵은 줄기와 무성하게 위로 퍼진 잔 가지의 모양이 서로 똑같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 마치 자기를 확대 복사해 나가는 것처럼 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모양을 보이는 구조를 ‘프랙탈’이라고 합니다. 브로콜리는 인간에게 건강이라는 실질적 가치도 제공하지만, 프랙탈 구조의 신비한 모양새로 더욱 신뢰감을 주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훌륭한 가치를 제공하면서, 모양 측면에서도 구성원 개인과 기업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프랙탈 구조를 갖춘 파워기업은 없을까요? 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구글입니다. 실제로 구글은 2004년에 프랙탈 모양의 기업 로고를 선보인 바 있는데, 자신들의 창업정신과 경영철학을 로고에 응축하여 표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은 최초에 검색창 하나만 있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IT 시장에 뛰어든 작은 벤처기업이었습니다. 그리고 '고객에 반하는 나쁜 짓은 하지 말자(Don’t be evil)'는 경영철학 아래 돈을 받고 검색 상위 노출한다든지 하는 부정한 짓은 물론 광고 배너조차 노출하지 않으며 사용자 중심의 검색 서비스와 개발에만 매진하였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 '검색엔진'의 대명사로 성장하였고, 지금은 그 기술을 기반으로 4차산업혁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선도하고 있습니다. 창업 당시의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생각을 버리지 않고 '닮은꼴'을 유지하며 프랙탈 구조의 성장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구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만이 아닌 철학과 문화입니다. 어떠한 유혹이 있더라도 초심을 지키기 위하여 '약해지지 말자'는 강력한 철학이 있었고, 그것을 조직의 문화로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정신을 강조하였고, 그에 맞는 파격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며 창의성 중심의 기업 문화로 만들어 나간 것입니다.

그 결과 창의적인 기업의 대명사라 불리는 거대 구글에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로 세상을 놀라게 한 딥마인드 같은 창의적 회사들도 즐비하고, 창의적 인재들도 넘쳐납니다. 마치 브로콜리처럼 구글은 개체와 부분과 전체가 조화로운 프랙탈 구조로 기업의 모양을 키워나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구글의 성공신화와는 달리 현실 속 많은 기업들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성장은 고사하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적응하며 생존하기에 급급합니다.

실제로 정보기술(IT) 혁명 이후 기업의 평균 수명은 더욱 짧아졌다고 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1964년 'S&P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33년이었는데, 2016년에는 24년으로 무려 10년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1955년 포춘 500대 기업 중 2017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고작 12%인 60개뿐이었고, 1975년 포춘 500대 기업 평균 수명은 75년이었던 반면 2017년에는 15년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대내외 환경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처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쇠락하는 기업에서는 일정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뜻을 같이 하는 소수가 의기투합하여 창업을 하기 때문에 기업마다 자기만의 경영 철학과 사상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환경은 변화하고 새로운 일과 함께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창업 당시의 초심이 점차 희석됩니다.

그러다가 기업의 문화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2080법칙(파레토법칙)입니다. 소수 20%의 구성원에게 업무와 책임이 몰리며 나머지 80%는 관심 밖으로 밀려납니다. 문제는 80%에 대한 방치가 어김없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 옆의 멀쩡한 유리창을 깨는 것에도 도덕적 해이가 생기게 되고 결국 수많은 유리창이 깨져도 손을 쓸 수 없는 것처럼, 기업이 순식간에 황폐화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패하는 기업과 달리 성공하는 파워기업들에게는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으나, 성공기업은 근본적으로 부분과 전체가 같은 모양의 안정적인 프랙탈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의 구글 사례가 다분히 추상적이고 이상적이었다면,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성공 사례에서는 구체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 회장 허브 켈러허는 항공 비즈니스를 서비스업으로 규정하고 승객의 즐거움을 가장 큰 가치로 여겼습니다. 그리고 승객을 즐겁게 하려면 자사 직원들이 즐거워야 한다며 소위 '펀(Fun)'을 경영철학으로 내세웠습니다. 이후 직원들 사이에는 '펀(Fun) 문화'가 만들어졌고, 동일한 고객가치를 공유하며 우량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테러와 함께 항공업계의 총체적 불황이 덮친 것입니다. 위기의 순간이 오자 회사의 경영철학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이 회사는 비용절감 등 다른 해법을 찾으며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을 견지하였습니다. 이에 직원들은 더 견고한 일체감을 갖고 협력하며 위기를 극복해냈습니다. 기업이 추구했던 경영철학과 부분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직업철학이 서로 닮은 프랙탈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파워기업으로 발전해나간 것입니다.

단 몇 줄로 성공사례를 요약하였지만, 사실상 그 과정은 무척 지난했을 것입니다. 구성원 개개인이 기업의 경영철학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른 구성원들이 그 철학을 함께 하리란 믿음이 없었다면, 그 이해와 믿음으로 모두가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비전이 없었다면, 과연 이 회사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기업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인문학이란 나와 타인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우리가 되어 함께 문화를 만드는 실천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인 기업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미래를 대비하지는 않습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문학적 소양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 훈련을 시킵니다.

자라나는 기업도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기업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과 함께 실력을 필요로 합니다. 인간의 기본 소양이 학습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기업의 기본 소양은 경영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구성원들 간 인문학적 이해와 믿음 없이도 기업이 그러한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요?

다시 반복하지만 인문학은 '사람과 문화를 배우는 학문'입니다. 나와 남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그렇게 우리로 만나 회사를 구성하며 문화를 만드는 과정과 원리를 배우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회사만큼 인문학을 배우기 좋은 곳은 없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은 강요하거나 강제적으로 주입한다고 길러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축적되고 그것이 저절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거창한 슬로건이나 구호가 아닌 '펀(Fun)'과 같은 쉬운 말이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시공동체 집단의 단순계로 출발한 사회는 매우 혼란스러운 복잡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불투명함과 혼돈의 무질서 속에서 일정한 패턴과 질서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것을 먼저 찾는 혜안과 지혜야말로 기업이 오래 존속하고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인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체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합니다. 혹자는 사람이 점점 쓸모 없어지는 게 아닌가 두려워하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가치가 높아지면 사람은 오히려 더욱 소중해질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소우주로 불리는 인간이야말로 전체 우주와 닮은 소중한 일부분이자, 개개인이 모두 작은 우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완전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람과 문화를 통찰할 수 있는 인문학이야말로 점점 더 기업 존속과 성장의 필요조건으로 진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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