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칼럼 [파워기업의 필요조건 인문학]에서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위하여 '경영철학과 조직문화의 닮은꼴 만들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기업의 조직문화를 흐리는 대표적인 용어가 있습니다. 직장인들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회자되며 풍자되고 있는 '꼰대'입니다.
'꼰대'가 넓은 연못 속 한마리의 미꾸라지 수준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문제는 미꾸라지가 아닌 뱀 수준의 혐오스러운 존재로 인식되거나 '꼰대 문화'라고 하여 조직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데 있습니다.
초가집에서 살던 먼 옛날에는 집을 지키는 구렁이가 한마리씩 살고 있다 하여 신성시 한 경우는 있었어도, 콘크리트 빌딩에서 일하는 최첨단시대에 직장마다 구렁이 같은 '꼰대'가 똬리를 틀고 있다니, 그 실체를 파악해 보겠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꼰대'는 일반적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늙다'는 상대적 개념이니, 특정인보다 더 나이 많은 사람은 일단 꼰대의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마치 '선생님'처럼 사사건건 간섭하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은 그 특정인에게 꼰대라 불릴 확률이 99%입니다.
꼰대의 어원을 찾아보아도 의미는 일맥상통합니다.
번데기처럼 주름이 많은 늙은이라는 의미에서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가 '꼰대'가 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이완용 등 친일파들이 백작과 같은 작위를 받은 후 스스로를 프랑스어로 백작을 가리키는 '콩테(Comte)'라 부르자 이를 비웃는 백성들이 일본식 발음으로 '꼰대'라 불렀다는 설이 더 흥미롭습니다.
어쨌거나 꼰대는 나이든 직위든 자신의 신분이 높다 여기고 거들먹거리며 남을 하대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꼰대의 대표적인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는 나이 또는 직위 등 권위로 내세우고, 둘째는 경험과 지식을 배경으로 자기 자랑을 늘어놓으며, 셋째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남에게 그대로 투영하여 충고하며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어떤 이들은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권위가 필요하고,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인생 선배로서 멘토 역할을 하는 게 뭐가 어때서?'라고 반문할 수 있으나, 문제는 꼰대들의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랑과 훈계로 일관하는 언행, 그리고 갑질입니다.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인 것처럼 꼰대의 3요소인 자랑질, 훈장질, 갑질 세 내각의 합은 상대방의 꼭지를 180도 돌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꼰대는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경향성 측면에서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첫번째는 답정너'형입니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 방식을 앞세워 '답은 정해져 있는데 너만 모르냐'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유형입니다.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자랑하거나, 혹은 특정 사안에 대하여 다른 생각이나 반론이 나올 때 '어려서 잘 모르는가 본데' 혹은 '젊은 사람들이 뭘 알아?' 하는 식으로 논리적 근거 없이 나이나 직급 등으로 상대방(집단 포함)을 비하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두번째는 '고참병장'형입니다. 수직적 상명하복 사고 방식이 강하여 속된 말로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다그치는 유형입니다.
주로 자신 주장의 설득 논리가 빈약한 경우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지만, 위에서 내려온 일에 대한 책임 회피 의도가 있을 때에도 드러납니다. 잘난 척하는 '답정너'형에 비하여 단순 비겁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OMG(오마이갓)'형입니다. 신처럼 전지전능하여 무슨 일이든 왕년에 해봐서 안다는 식이며, 일방적으로 훈계하고 강요하는 유형입니다.
경험이라는 나름의 근거를 내세우므로 무조건 강요하는 위의 두 유형과는 다른 듯 하지만, 그 스타일이 반복되면 내세우는 경험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고 상대를 비하하며 속이는 듯한 의심을 유발합니다. 단순 강요와 달리 속임수로 기만하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까지 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위험한 유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네번째는 '헐크'형입니다.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방이 자신을 두려워할 것으로 착각하여 화부터 내고 보는 분노 조절 장애 유형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분노는 개연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학습으로 습관화된 형태의 일상적 분노를 말합니다. 본인이야 분노를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수 있지만 당하는 상대방이나 목격하는 집단에게는 큰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의학적 치료까지도 요구되는 위험한 유형입니다.
다섯번째는 '고구마'형입니다. 현실과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옛날이 더 좋았다는 식으로 한숨만 늘어 놓는 유형입니다.
OMG(오마이갓)형이 과거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독선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에 반해, 고구마형은 무엇을 실행하지 않기 위한 변명이나 근거로 과거 경험을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의욕 상실, 무기력, 나태, 무사안일주의, 복지부동 등의 형태로 그 특징이 표출됩니다. 이 유형의 리더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고구마 백 개쯤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되며, 조직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여섯번째는 '시대착오'형입니다. 사극 대사에나 나오는 "여자가 어디서?" 혹은 "남자라면 말이지!" 하는 식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성인지감수성이 제로로 수렴하는 유형입니다. 모두가 페미니스트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남녀가 평등하다는 개념 정도는 장착하고 있어야 함께 호흡하며 대화도 가능한 세상입니다.
그리고 일곱번째는 '유체이탈'형입니다. 자신이 꼰대인 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을 꼰대라고 욕하면서 게거품 무는 유형인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꼰대가 바로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합니다.
'나는 절대 꼰대가 아니다'라고 확신하는 분들은 지금이라도 가슴에 손을 얹고 위의 어느 유형에 속하지는 않는지 반성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설령 본인이 꼰대라 할지라도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꼰대의 다양한 특징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심리이지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즉, 땅속에 묻혀있는 씨앗처럼 누구에게나 꼰대가 될 속성이 내재되어 있고, 소위 꼰대질은 묻혀 있던 인간의 원초적 심리와 속성이 밖으로 드러난 것 뿐이므로 조금만 자제하고 인내하면 꼰대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야 꼰대가 되지 않을까요?
꼰대를 만드는 인간 내면의 심리와 속성부터 하나씩 파헤치면서 나를 반성하고 남을 이해해야 합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답을 찾는 것과 문제도 모르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뼛속까지 꼰대인 분들은 대개 후자에 속하는데, 꼰대임을 인정하다가도 자기 속을 다 드러내는 게 오히려 솔직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염치를 느끼는 것(수오지심/羞惡之心)' 또한 인간의 본성이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숨길 것은 숨겨야 합니다.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바바리맨을 솔직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이상으로 간략하게 '꼰대학 개론'을 살펴보았고, 다음 칼럼에서는 늙꼰(늙은 꼰대)과 젊꼰(젊은 꼰대)을 나누어 그 구체적인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