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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다시 도는 '법원의 시계'

  • 2019.10.25(금) 13:47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첫 공판 출석
특검과 변호인 사이 팽팽한 '신경전'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25일 오전 10시 10분경 서울고등법원 서관 303호 법정에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파기환송심 공판. 판사가 인적사항 확인차 직업을 묻자 자리에서 일어난 이재용 부회장이 이같이 답했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 출석한 것은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 이후 627일 만이다. 이번 공판 일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8월 29일 이 부회장이 엮인 국정농단 사건에 파기환송을 결정한 날로부터는 57일이 지났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석 왼쪽 두 번째에 앉았다. 검은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회색 넥타이를 맸다. 의자에 기댄채 고개를 정면으로 들면서도 눈은 아래를 바라봤다. 입을 굳게 다문채 검사석 위편과 방청석으로 시선을 옮기기도 했다.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에게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짧게 말한 것을 제외하고 재판 35분 내내 변호인과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앞주머니에서 립밤을 꺼내 바르는 때를 제외하고 앉은 상태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피고인석에는 변호인과 함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도 자리했다.

첫 공판일부터 특별검사와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되는 형량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주된 다툼 요인이었다.

변호인은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대법원 판단을 뼈대로 이 부회장의 형량 그 자체에 집중하는 듯 했다. 변호인은 "대법원 판단에 대해 유무죄를 다투지 않겠다"며 "주로 양형에 관한 변소, 승마지원 경위,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대가성 등 세가지 부분을 새 기일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안에 관한 증인 및 양형에 관한 증인을 3명 정도 신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뇌물로 판단한 말 세마리 구입액 34억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 등이 적용돼 이 부회장에게 적용되는 뇌물·횡령 등의 액수는 종전 36억원에서 86억으로 늘었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징역 5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이 선고된다. 변호인은 이 부회장의 실형 압박이 커지자 양형을 최대한 낮추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 측은 대법원이 인정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를 더 보강하는 전략으로 이 부회장을 정조준 했다. 별건으로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 등을 엮어 이 부회장의 형량을 더 높이려는 모양새다.

특검은 "사건 핵심은 승계작업이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는 그 동기 및 배경과 밀접히 관련된다. 피고인을 위해 어떻게 승계작업이 진행됐으며 대통령의 우호조치 없이 불가능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자료를 증거자료로 내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할 때 승계작업을 포괄적으로 인정했다"며 "부정한 청탁도 포괄적으로 인정해 이를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심리가 필요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재판을 11월 22일 유무죄 심리 기일, 12월 6일 양형 심리 기일 등 두 차례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 판사는 말미에 "재판 진행이나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는 사견을 밝힌 뒤 삼성그룹에 실효적 준법 감시체계 강화 및 재벌체제 폐해 개선을 주문했다.

또 재판결과와 별개로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주길 이 부회장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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