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업을 캐시카우로 키우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이 결실을 맺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곳은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신약개발은 통상 10~15년의 기간과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입하고도 수많은 후보물질중 단 1~2개만 개발에 성공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다.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SK는 지난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발을 내디뎠다. 자체개발 신약 하나 없던 한국에서는 '신약주권'을 향한 의미있는 도전이다.
최 회장은 2002년 바이오 사업을 꾸준히 육성해 2030년 이후에는 그룹의 핵심 먹거리중 하나로 만든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같은해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뉘어 있던 조직을 통합해 신약 연구에 집중케하고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을 했던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도 최 회장의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에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연구개발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해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화했다. 이때 역량을 강화했던 SK라이프사이언스가 이번에 FDA 승인을 얻은 엑스코프리의 임상을 주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벌(Frost & Sulllivan)에 따르면 지난해 61억달러(약 7조1400억원) 규모인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4년까지 70억달러(8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SK는 엑스코프리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기반으로 제2, 제3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