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 시장 미국에서 '가전본가'이며 세계 1위 가전제품 업체 월풀을 제치고 선두자리를 지켰다. 월풀 등 현지 기업이 트럼프 정부에 요청해 발효된 고율의 관세 부과조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2년차를 현지 생산확대, 제품 경쟁력 강화 등으로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5일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을 인용해 자사 생활가전 제품이 현지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지난해 점유율 20.5%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년 연속 1위며, 역대 최고치다. 작년 4분기 점유율도 21.6%로 가전업체 가운데 가장 높다.
월풀 전체 점유율은 재작년 15.4%에서 16.8%로 늘었지만 2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LG전자 점유율은 이 기간 16.2%에서 16%로 줄어 3위에 머물렀다.
특히 세탁기는 세이프가드를 뚫고 선전했다. 연간 점유율과 4분기 점유율 모두 20.5%로 4년 연속 1위다. 소비자들이 건조기와 같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드럼세탁기는 연간 29%, 4분기 27.5%로 생활가전 기기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가전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하는 등 현지 생산을 확대한 것이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건조기 점유율은 지난해 20.8%, 4분기 21.5%로 3년 연속 1위를 달렸다.
앞서 미국 정부는 재작년 초부터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생활가전 제품 가운데 한국외 다른 국가에서 수입되는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쿼터)를 기준으로 삼아 첫해 쿼터 이하에는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2년차에는 쿼터 이하에 18%, 초과 물량에 45%가 세금으로 붙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도입한 건조기·세탁기 신제품은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새로운 색상, 대폭 단축된 세탁·건조 시간, 높은 에너지효율 등 디자인과 성능에서 모두 호평을 받으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고 말했다.
냉장고는 지난해 점유율이 연간 23.7%, 4분기 25.5%로 4년 연속 1위를 지켰다. 대형 프리미엄 제품군 프렌치도어 냉장고 점유율은 연간 기준 32%로 11년 연속 선두다. 삼성전자는 2009년 양문형 냉장고가 대세일 때 현지에 프렌치도어 제품을 내놓으며 처음으로 프리미엄 냉장고 부문 1위에 오른 바 있다.
전자레인지는 지난해 점유율 14.5%로 2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상단에 쿡탑, 하단에 오븐을 탑재한 레인지도 17.5%로 2위를 차지했다.
세이프가드 3년차에도 삼성전자는 현지 시장 1위 석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관세부과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쿼터 이하에 16%, 초과분에 40%의 관세가 부과된다.
최익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무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신제품에 지속 반영하는 노력을 통해 미국 주요 가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면서 "올해도 미국에서 1위 가전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