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LG 등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기로 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2일(현지시간) 한국 세탁기를 포함한 모든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TRQ(저율관세할당)를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선 20%, 이를 초과할 경우에는 50%의 관세를 매긴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을 또 한번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되는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 물량 전량에 고율의 관세가 매겨지게 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권고안보다 무거워진 것이다.
당초 ITC는 120만대 미만 물량에 대해서는 무관세나 20%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20% 관세안을 선택했다. 또한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세탁기에는 세이프가드를 배제하기로 한 ITC 결정과 달리 USTR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이날 태양광전지에 대한 세이프가드도 발동했다. 2.5기가와트(GW)를 기준으로 테양광셀과 모듈에 1년차에 30%, 2년차 25%, 3년차 20%, 4년차 15%씩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 멕시코 등 미국에 태양광전지를 주로 수출하는 나라들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미국의 조치에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맞대응할 방침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며 이런 취지에서 WTO 협정상 보장된 권리를 적극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정부는 2002년 철강 세이프가드, 2013년 세탁기 반덤핑 관세, 2014년 유정용 강관 반덤핑 관세 등 미국의 과도한 조치를 제소해서 여러 번 승소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업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세탁기의 혁신적 기능과 디자인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LG전자도 "미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되고, 지역경제 및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